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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금융사 책임 강화…정치 논리에 멍드는 금융시장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6.29 07:07
수정 2026.06.29 07:07

‘포퓰리즘’에 갇힌 국회

피싱 배상·미실현 이익 과세 논란

시장 원칙 밖, 금융 펀더멘털 훼손 우려

밸류업 외치는 정부 기조와 엇박자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서민 보호, 부자 증세라는 명분을 내세운 법안들이 정치권 안팎으로 논의되면서 자칫 금융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망가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금융회사의 ‘무과실 배상책임제’를 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놓고 금융권 전반의 관심이 쏠린다.


해당 제도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일정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가 배상하는 제도다.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이 스미싱과 악성 앱 등 관련 수법에 모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회사에 일정 수준의 책임을 부여해야 한단 견해다.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및 보안 투자 확대 등을 유도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현재 국회에는 강준현·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이 의지를 가진 만큼 하반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선 ‘자기책임 원칙’에 반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금융회사의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단 의지를 드러내면서 금융권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이용자의 부주의 등으로 발생한 비대면 사고까지 금융회사가 책임지게 되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들은 막대한 배상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전체 금융 소비자의 거래 비용을 높이게 될 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과도한 조세 규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주택 등 투자에 따른 미실현 이익 역시 소득으로 간주해 포괄적으로 과세해야 한단 주장이 나오면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영환·진보당 윤종오·조국혁신당 차규근·사회민주당 한창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자산소득 과세 공백과 소득세 포괄주의 전환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선 소득의 형식이 아닌 경제적 능력에 따라 과세하는 소득적 포괄주의로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보유 자산의 매각 여부나 형태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증가한 순자산과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단 주장이다.


정책 제안 수준이지만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선 “반대로 손실 본 사람들은 정부가 세금으로 다 메워주냐”, “자본시장 박살 나는 소리”, “수익 나는 족족 세금으로 떼 가면 누가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하겠냐” 등의 비난이 거세다.


금융권에선 이미 원금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포괄주의 과세를 적용하면 시장 유동성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기업들의 주주 환원을 독려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해 시중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인하는 ‘기업 밸류업’에 나서는 것과도 정면 충돌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예측 불가능한 규제가 계속되면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외인들도 발을 빼려고 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체력을 갉아먹을 우려가 큰 데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막아 경기 침체를 부추기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팔지도 않은 주식, 쥐지 않은 돈을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건 기본적인 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포퓰리즘 입법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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