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대책’ 1년…대출 죄고 금리 올려도 가계대출 못 잡았다
입력 2026.06.26 07:04
수정 2026.06.26 07:04
고강도 규제도 ‘반짝 효과’ 그쳐
증시 활황·주택 거래 회복세에 대출수요↑
신용대출·마통·2금융권까지 ‘풍선효과’
7월 추가 대책 예고…“규제로는 한계 명확”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고강도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되고 1년이 지났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전방위적인 관리에 나섰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 회복세와 증시 활황 등이 맞물리면서 반짝 효과에 그친 듯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줄면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마통)에 이어 2금융권까지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가시화하면서 가계부채 급증 리스크가 외려 커졌단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사실상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6·27대책을 발표했다.
신용대출 한도도 ‘연 소득 이내’로 제한을 걸었다. 주담대 증가세가 가팔랐던 만큼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유동성을 억제하겠단 복안이었다.
여기에 10·15 부동산대책과 4·1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 강도 높은 압박 카드가 줄줄이 나오면서 시장은 얼어붙는 듯했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 지난해 12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2조2000억원 줄었다.
주담대가 7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5000억원 각각 감소하며 ‘역성장’을 보였다.
주요 수익원인 가계대출이 막히면서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에 집중됐던 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했고, 수도권 대신 비수도권 주담대 취급을 늘리거나 서민금융 상품에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과 은행권의 자체 노력에도 억눌린 수요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봄 이사철 수요와 함께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거래량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차를 두고 주담대 등 가계대출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랠리로 촉발된 국내외 증시의 활황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더 늦기 전에 투자 대열에 합류하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775조24억원으로 5월 말 대비 4조1795억원 급증했다.
지난달 전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9000억원 늘어난 가운데 가파른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2조1617억원 늘어난 108조6771억원을 기록했고, 마통 잔액은 1조8612억원 불어나 43조3094억원을 보였다.
주담대 잔액은 615조1706억원으로 1조7826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채우려는 수요는 신용대출과 마통으로 대거 발길을 돌리는 등 풍선효과도 두드러진다.
은행권 여신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에 2금융권까지 옮겨간 수요도 적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던 정부의 목표와 달리 1년 새 가계부채 급증 리스크는 원점으로 회귀한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했음에도 자산시장 변동성에 따른 여신 건전성이 좌우되는 구조적인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다음 달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과 정부의 보유세·양도세 및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7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사실상 확정인 데다 부동산 종합대책까지 예고된 상황이어서 규제의 범위와 수위에 따라 은행권의 하반기 여신 영업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년간 규제 적응기를 거치면서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속도를 조절해 왔음에도 계속해서 유입되는 대출 수요를 인위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미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또다시 규제가 반복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