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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태와 방송산업 위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22 07:00
수정 2026.06.22 07:00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뉴시스

한때 기존 방송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까지 영향력이 커졌던 종편 JTBC가 위기에 처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5개사가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이다.JTBC가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지 사흘 만의 일이다.


JTBC의 위기가 특히 놀라운 것은 성공적인 콘텐츠를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다.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스'와 같은 유명 드라마부터 ‘냉장고를 부탁해’, ‘아는 형님’, ‘히든싱어’와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들까지 줄줄이 배출했다. 오디션 시장에서도 ‘싱어게인’ 시리즈 같은 성공작을 내놨고 밴드 오디션 ‘슈퍼밴드’는 업계의 격찬을 받기도 했다.


특히 ‘슈퍼밴드’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도 하기 힘든 기획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밴드 시장이 거의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밴드를 내세워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방송사들은 확고한 중장년 시청자층이 있는 트로트나 케이팝 팬들을 겨냥한 아이돌 오디션만을 제작해왔다. 이런 상황에 JTBC가 밴드 오디션을 방송했으니 찬사를 받은 것이다. ‘싱어게인’도 트로트나 아이돌 오디션에 비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기획이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내놓을 정도로 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다. 2016년 1900억원대였던 프로그램 비용은 2017년에 2000억원대를 넘긴 후 2018년 2377억원, 2020년 2647억원, 2022년 2956억원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하지만 그런 적극적인 투자가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2023년 716억원 순손실, 2024년 427억원 순손실 등 손실이 누적된 것이다. 이렇게 경영 여건이 안 좋아지는 가운데 약 7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진 대형 스포츠 중계권 투자를 단행했으나 이것이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고 말았다. JTBC는 중계권을 재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계권 구입에 소극적이었다.


JTBC의 적극적인 투자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콘텐츠 시장의 구조 변화 때문이다. 몇몇 방송사들이 미디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을 때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메이저 방송사의 지위를 획득할 경우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시장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 속에서 개별 방송사가 투자를 늘려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미디어, 그리고 OTT가 방송사들의 파이를 대거 가져가 버렸다.


특히 JTBC는 젊은 시청자층을 확보하려는 투자를 많이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아무리 돈을 써도 젊은 시청자들이 유튜브와 OTT로 떠나는 걸 막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주로 만든 방송사들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반면 젊은층을 대상으로 했던 JTBC는 미디어 시장 격변의 거센 파도를 정면으로 맞았다.


중앙그룹은 제작·유통 부문을 계열사 SLL로 분리하면서 드라마와 예능의 지식재산권 사업을 전담시켰다. 이로서 JTBC의 지식재산권이 SLL로 넘어가 JTBC의 상황은 더 안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당초 중앙그룹은 SLL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방송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흐름이다보니 상장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유동성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유동성 악화에 결정타가 된 대형 스포츠 중계권 투자 실패도 방송 시장 위축과 연관이 있다.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계권 구입을 꺼린 것이다.


메가박스 투자도 시장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2010년대 중반 메가박스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업이 급격히 위축됐다. 메가박스중앙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재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렇게 미디어 시장 변화의 충격을 JTBC가 유독 크게 맞은 측면은 있지만, 이게 한 방송사만의 문제라기보다 기존 방송사들 전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방송사업 매출은 지난 2022년 19조7579억원에서 2024년 18조832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방송광고 매출은 2022년 3조752억원에서 2023년 2조4905억원으로 19% 급감했다.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니 방송사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좋은 가성비로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면서 근근이 버티는 형국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들은 신선함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 시청자들이 더욱 기존 방송사들을 외면하게 된다. 그런 젊은 시청자를 잡겠다고 모험적인 투자를 하면 그게 고스란히 손실이 되면서 방송사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요즘 OTT 드라마와 경쟁하려면 드라마 제작비를 키울 수밖에 없다. OTT 예능 ‘피지컬 100’이 나왔을 때 기존 방송사는 그런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런 OTT 드라마, 예능과 경쟁하려고 제작규모를 키웠다가 자칫 회사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방송사들 입장에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안 할 수 없지만 막상 하기는 또 힘든 딜레마 상황인 것이다. 이런 위기 국면 속에서 당분간 방송사들의 생존을 위한 버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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