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소 봉쇄 여파, ‘남의 칼’ 들고 출국한 펜싱 국가대표들…유승민 회장 “장비는 몸의 일부와도 같은데”
입력 2026.06.16 19:41
수정 2026.06.16 20:04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입주 체육단체 직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업무 정상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11일).ⓒ 뉴시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2026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는 펜싱 국가대표들이 급하게 남의 장비를 빌려 국제무대에 출전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놓였다.
시위대가 체육관 봉쇄를 이어가면서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들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핸드볼 경기장에는 당구, 댄스스포츠, 산악, 세팍타크로, 수상스키ㆍ웨이크보드, 수중ㆍ핀수영, 우슈, 펜싱, 핸드볼 등 9개 단체가 입주해 있다.
펜싱 종목 체육단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오는 18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펼쳐지는 아시아펜싱 선수권에 출전하는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 등 펜싱 국가대표들은 ‘남의 장비’를 들고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본인이 쓰던 펜싱칼, 재킷, 펜싱화 등을 협회 사무실에서 챙기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의 장비를 급하게 빌렸다. 개인 및 새 장비들이 경기장에 있는데 출입할 수 없어 선수들이 직접 장비를 조달해 출국하는 상황에 몰렸다.
가까스로 장비를 챙겨 출국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 결과가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시드 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들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 뉴시스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은 “선수들에게 장비는 몸의 일부와 같다. 이렇게 빌려서 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매우 유감이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날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며 체육계 관계자들의 권리 보장에 앞장 선 유 회장은 이날도 시위 관계자들이 봉쇄하고 있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을 찾아 체육계 입장을 설명했다.
또 체육단체들은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시위대 반발에 막혔다. 야당 의원들 중재로 진입에 합의했지만, ‘성조기 치마’를 입은 여성 1명이 문 앞을 가로막으면서 결국 무산됐고, 유 회장을 비롯한 체육단체 관계자들도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시위대를 향해 "그곳은 우리 체육인들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피땀 흘리는 일터"라며 "왜 체육인들의 터전을 빼앗고, 무슨 권리로 무고한 체육인들에게 이토록 무자비하고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의 불법 봉쇄를 풀고 즉시 물러나라"며 "아무 관련도 없는 체육인들의 생업을 인질로 잡고 행정을 마비시킨 채 이를 정당한 요구인 것처럼 포장하는 위선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