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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내렸는데 특약은 출시…가입자 ‘시큰둥’, 손보사는 ‘난감’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6.17 07:03
수정 2026.06.18 09:48

종전 기대감에 ‘차량 5부제 특약’ 명분 상실

1년간 5부제 지켜도 보험료 할인 ‘미미’

이제 막 출시했는데, 손보사 ‘매몰비용’ 우려

‘유명무실’ 전락 가능성…당국 “계획대로 추진”

서울 시내의 공영주차장에 5부제 시행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하면서 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마련한 ‘차량 5부제 할인특약’ 실효성은 물론 제도 시행 명분이 크게 약화됐다.


할인율이 소액인 데다 5부제 증빙 역시 번거로운 탓에 시장 반응은 미미하고, 당국 기조에 맞춰 상품을 준비한 손해보험사들은 난감해진 모습이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잇따라 ‘차량 5부제 할인특약’ 상품을 출시했다.


차량 5부제 할인특약은 금융당국이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응책으로 내놓은 제도다.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차량 5부제에 참여하면 자동차보험료를 연 최대 2%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할인율은 모든 보험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서 5일 삼성화재가 관련 특약을 출시한 데 이어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10일, DB손해보험은 11일 각각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이밖에 손보사들은 준비되는 대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이제 막 상품이 출시돼 본격 판매에 들어갔는데,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단 점이다.


고유가 급등 대응책으로 마련된 정책 상품이 이렇다 할 빛을 보기 전에 시행 명분을 잃게 생겼다.


배럴당 100달러 넘게 치솟던 국제유가는 종전 기대감을 즉각 반영해 80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8% 하락한 배럴당 80.75달러, 브렌트유는 같은 기준 4.7% 내린 배럴당 83.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원유선 운항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손보사들이 제도 시행에 앞서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손보업계에선 당국이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추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5부제 시행이 종료되면 할인특약도 같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면서도 “실제 종전 이후 국제유가 흐름 등을 고려해서 당국의 추가 지침이 내려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행거리 단축에 따른 마일리지 특약부터 대중교통 할인 특약, 걸음수 할인 특약 등 다양한 보험료 할인 혜택이 마련된 상태”라며 “이를 고도화하지 않고 5부제 특약을 따로 만들어 보험사 입장에선 굳이 들이지 않을 비용만 더 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시장 호응이 미미하단 점은 제도 실효성을 더 떨어뜨린다. 도입 과정부터 지적된 연 최대 2%의 초라한 할인율이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5부제 특약 시행으로 약 1700만대의 국내 개인용 차량 차주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차량의 연평균 보험료가 약 70만~80만원인데 반해, 1년간 5부제를 철저히 지켰을 때 돌려받은 혜택은 고작 2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업계에선 5부제 이행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기도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 할인을 적용하면 1년 뒤 갱신 시점에 주행거리를 놓고 판단할 수 있는데, 5부제 특약은 가입 시점에 따라 제각각”이라며 “운행 동선이 운전자 입장에서 민감한 정보일 수 있는데, 이를 커피 몇 잔 값 아끼려고 보험사에 노출하는 건 부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처럼 대부분 차로 출퇴근하는 경우는 5부제 특약에 관심도 없다”며 “가입 추이는 몇 개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유인이 현저히 적어 시스템을 유지하는 등 각종 고정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보험사들만 손해 보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당장 특약을 한시 운행으로 전환하거나 조기 폐기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5부제를 전제로 보험사들이 특약을 마련한 것”이라며 “아직 종전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 5부제 운영이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 (5부제 특약은) 계획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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