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 있는데도 공시송달 후 궐석재판 벌금형…대법서 파기
입력 2026.06.16 15:13
수정 2026.06.16 15:13
조서에 번호 있었지만…사전 연락 없이 공시송달
法 "소재 파악 노력 없이 피고인 진술 생략해 위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데일리안DB
사건 기록에 피고인이나 가족의 연락처가 남아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해 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다하지 않고 공판을 진행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비밀준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게 총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2개의 1심 재판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과 400만원, 사기 혐의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A씨의 전남 무안군 주거지로 수차례 소환장을 발송했으나 송달되지 않자, 경찰에 소재 탐지를 요청했다. 경찰은 A씨가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이나 부재중이라고 회신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소재를 알 수 없다고 보고 소송 서류를 공시송달한 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궐석재판을 진행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사기 혐의는 벌금 300만원을 유지했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관련 서류를 게재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러나 항소심은 제출받은 기록에 A씨 측 연락처가 있었음에도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서에는 A씨 형의 휴대전화 번호가, 정식재판 청구서에는 A씨의 다른 연락처가 기재돼 있었던 것. 뒤늦게 판결 사실을 안 A씨는 상소권 회복 청구를 냈고, 대법원은 항소심의 소송 절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며 "기록상 피고인이나 가족의 전화번호가 나타나 있다면 해당 번호로 연락해 송달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고 곧바로 공시송달을 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한 것은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으로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