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출발 직후 책임자 사퇴…시작부터 인사 부실 논란 [궤도 이탈 K-문샷①]
입력 2026.06.15 14:00
수정 2026.06.15 16:42
‘AI 과학자’ 담당 PD 학력·이력 의혹에
12일 기자설명회 직전 자진 사의 표명
‘K-문샷’ 출범 보름 만에 책임자 이탈
“후임 PD 필요 없다” 해명도 논란 키워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5월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해 야심 차게 가동한 ‘K-문샷 프로그램’이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인사 부실 문제로 휘청이고 있다. 12대 주요 과제(미션)를 담당할 핵심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 중도 사퇴하면서 정부 검증 부실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기정통부는 사업에는 차질이 없다고 하지만, 단순 인사 문제를 넘어 제도 전반에 부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15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K-문샷 12대 핵심 과제 가운데 ‘AI 과학자’ 부문 총괄 책임자(PD) A 씨가 지난 11일 사퇴를 표명했다. 12일 열린 K-문샷 프로그램 관련 출입 기자 설명회를 하루 앞두고 돌연 사의를 밝힌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사퇴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 알려진 이유는 다르다.
A 씨는 생성형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 대표다. 24세 나이에 K-문샷 책임자로 선임돼 주목받았다. 문제는 A 씨 선임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학력과 이력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는 점이다.
자신을 대학교수라 밝힌 B 씨 등은 A 씨가 학력과 경력을 위조했고, A 씨 회사가 개발 중인 AI 모델이 사실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과기정통부에 이 대표가 PD 공모 때 제출한 이력서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제기된 의혹들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과기정통부 역시 공모 절차를 통해 전문가가 평가했고, 서류도 재검증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A 씨는 기자 설명회를 하루 앞둔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정리했다.
12대 핵심과제 꼽아놓고 ‘핵심’ 아니라는 과기정통부
A 씨의 중도 하차는 K-문샷 프로그램 출발에 상당한 오점을 남겼다. 그동안 과기정통부는 A 씨에 대해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이끌 ‘20대 젊은 스타 PD’로 추켜세워왔다. 대통령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으로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 설명에 따르면 K-문샷은 12대 국가 과제별로 PD가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PD 중심 거버넌스를 핵심 운영 원리로 한다. PD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사업 기획과 조정, 마일스톤 관리를 맡는다. 기존 단일 사업 연구책임자(PI)나 R&D 연구관리자(PM)보다 폭넓은 역할을 담당한다. 과기정통부가 PD에 대해 ‘연구자를 모으고, 과제 방향을 잡고, 성과 활용까지 설계하는 미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만으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 중심 역할을 할 총괄 책임자가 출범 직후 사퇴함에 따라 K-문샷 프로그램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과기정통부는 A 씨 사표가 수리되면 당분간 NST 국가과학AI연구센터장이 겸임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AI 과학자 분야는 전문가가 소수인 만큼 새로운 PD를 선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센터장이 해당 미션을 겸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과학계 인사는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목표는 좋았을지 몰라도, 최소한의 공적 검증과 이해충돌 방지 장치도 없이 ‘젊은 천재’라는 프레임에만 몰두했다면 문제”라며 “인사 시스템이 무너진 거라면 빨리 재정비하고, PD들이 실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