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한국만 ‘배정 X’…‘코리아 패싱’ 논란 확산
입력 2026.06.15 14:16
수정 2026.06.15 14:18
6개월 연속 증권사 평판 1위…주가 125% 올랐으나
공모주 물량 ‘제로’ 사태에…신뢰·주가 타격 불가피
글로벌 IPO 협상력·네트워크 역량 보완 필요성 제기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참여했으나, 최종 공모주 물량을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신뢰와 주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국내 유일의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인수단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투자자에게 배정할 공모주 물량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딜 참여가 회사의 입지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던 만큼, 이번 ‘배정 제로(0)’ 결과를 둘러싼 배경과 파장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3일(현지시간 12일) 스페이스X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물량을 최종 배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22~2023년 스페이스X에 약 4000억원을 투자, 이 중 미래에셋증권의 출자 비중은 절반 이상이었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올해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효과에 힘입어 입지와 주가를 키워왔다.
이와 함께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빅딜’로 평가되는 스페이스X 인수단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레퓨테이션(평판)과 주가 개선을 한층 빠르게 이끌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올해(1~6월) 증권사 브랜드평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래에셋증권은 6개월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는 올해에만 124.96%(1월 2일·2만3249원→6월 12일·5만2300원) 급등, 지난달 6일에는 8만38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5일과 8일 양일간 개인·법인 전문 투자자 대상으로 5억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물량을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고, 231만4815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됐다. 공모가(135달러) 기준 약 3억1250만 달러(한화 약 4700억원) 규모다.
최종 배정 물량은 대표 주관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 직후 미국 내 기관 투자자 등의 수요가 급증하자 골드만삭스가 미래에셋증권의 물량을 재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공모주 배정 방식 차이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국내에서는 인수단에 참여한 증권사별 인수 비율이 사실상 사전에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국에서는 대표 주관사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배정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인수단에 이름을 올려도 실제 배정 물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 같은 구조를 들어, 투자설명서와 핵심설명서를 통해 ‘최종 배정 물량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코리아 패싱’을 문제 삼았다. 해외 인수단이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은 것과 달리 전액 삭감 당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IPO에서 1조엔(약 62억 달러)이 넘는 주식을 신청했고, 약 22억 달러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 3% 규모로 미국(85%)·유럽(10%)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다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청약을 진행했던 만큼 ‘전량 삭감’이 시나리오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스페이스X의 상장 첫날(현지시간 12일) 종가는 160.95달러로, 공모가 대비 약 19.2% 상승한 수준이다.
공모주를 배정받았으면 주당 25.95달러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투자자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페이스X에 대한 시장 관심, 투자자 기대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상장 첫날 국내 투자자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에 자금이 묶였던 투자자 중심의 비판을 피할 수 없고, 회사 신뢰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인수단이 스페이스X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은 것과 달리 전액 삭감 당한 곳은 한국이 유일해 ‘코리아 패싱’을 문제 삼을 수 있으나, 미래에셋증권이 확정된 물량 없이 청약을 진행한 여파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IPO 협상력과 네트워크 역량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스페이스X 사태로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입지와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것”이라며 “글로벌 빅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확정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협상력이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