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와일드 씽' 엄태구 "5개월 연습해도 서툰 랩, 오히려 다행이었죠"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6.14 13:25
수정 2026.06.14 13:25

상구 역으로 아이돌 역할 도전

랩을 하고, 춤을 추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까지 날린다. 그동안 엄태구를 떠올렸을 때 쉽게 연상되지 않던 모습들이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90년대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막내 래퍼 상구를 연기한 그는 데뷔 이후 가장 낯선 무대에 올라섰다.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엄태구가 연기한 상구는 트라이앵글의 막내 래퍼로, 거친 말투와 달리 순수한 본성을 지닌 인물이다. 랩 실력은 서툴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무대를 사랑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안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누아르와 장르물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온 엄태구에게도 상구는 낯선 영역이었다. 랩과 안무는 물론, 90년대 아이돌 특유의 퍼포먼스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자신 없는 부분도 있었고, 다른 배우가 하면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장르도 새로웠고 캐릭터도 새로웠고, 랩과 안무까지 전부 낯설다 보니 겁이 좀 났던 것 같습니다. 제 작품들은 사실 저에게 다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낙원의 밤'도 도전이었고 '판소리 복서'도 도전이었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상구는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결과는 늘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위해 약 5개월간 랩 연습에 매진한 엄태구는 기대만큼 능숙해지지 않은 자신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상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다.


"랩은 정말 다행이었던 게 5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해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못하니까 매번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일부러 못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상구는 열정은 넘치는데 주변에서 '그게 랩이냐'고 무시당하는 캐릭터잖아요. 아예 못하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배웠고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진지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5개월 동안 매일 연습해도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상구를 표현하는 데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과거 데뷔곡 '러브 이즈'(Love Is)로 큰 사랑을 받았던 트라이앵글은 20년이 흐른 뒤 다시 같은 곡으로 재기를 노린다. 영화에는 음악방송 무대와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까지 담긴다. 엄태구 역시 상구를 연기하며 랩과 안무는 물론, 한때 팬들의 사랑을 받던 아이돌 특유의 무대 매너와 제스처를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랩도 어렵지만 안무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상하게 간단해 보이는데도 춤은 또 다른 영역이었어요. 저희는 안무 선생님이 정해주신 것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제스처는 따로 연습한 게 아니었고 정해진 안무만 연습했어요. 귀여운 척하는 액션들은 촬영 당일에 만들어졌습니다. 의상과 헤어를 갖춘 상태에서 안무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상구가 귀여운 척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오늘 여기서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으로 나갔어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귀여운 동작을 다 꺼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윙크 정도밖에 없어서 계속 윙크를 했는데, 나중에는 그 제스처 자체가 캐릭터가 된 것 같더라고요."


ⓒ롯데엔터테인먼트

랩과 안무를 익히느라 정신없던 엄태구에게도 자극이 되는 존재가 있었다. 트라이앵글의 리더 황현우 역을 맡은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작품을 위해 헤드스핀을 직접 배웠고, 촬영 전후로도 끊임없이 연습을 이어갔다. 엄태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강)동원 선배님은 연습실에 갈 때마다 거꾸로 서 계셨어요. 어떤 동작이든 계속 연습하시고 넘어지시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옆에서 보면 괜히 죄송한 마음도 들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신인 배우가 첫 캐릭터를 맡고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은 열정이 느껴져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상구의 순수하고 엉뚱한 매력은 스타일링에서도 완성됐다. 장발 가발과 화려한 의상, 시대별 분위기를 담아낸 헤어스타일은 캐릭터의 개성을 한층 부각시켰다. 엄태구는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며 상구의 외형을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의상팀에 정말 감사해요. 가발과 의상이 큰 무기가 됐거든요. 장발 가발을 쓰면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귀여운 척하는 설정도 그 의상과 가발을 쓰고 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스타일링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가 낸 건 없고 감독님과 의상팀 의견을 많이 따랐습니다. 다만 파마를 과거에 할지 현재에 할지, 장발을 어디에 적용할지 같은 고민은 많이 했어요. 여러 버전을 시도하면서 만들어 갔습니다."


상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감정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태구는 자신 역시 배우로서 간절하게 인정받고 싶었던 시기를 지나왔기에,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구의 마음이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왔기 때문에 상구의 마음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다만 상구는 랩을 정말 사랑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엄마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응원하고 싶고, 짠해서 더 사랑스러운 상구의 성장은 곧 배우 엄태구의 또 다른 도전기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입가에 번질 기분 좋은 미소를 상상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나지막한 진심이 실려 있었다.


"극장에 오신 관객분들이 '와일드 씽' 상구를 보면서 많이 웃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펑펑 터지는 웃음이라기보다는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