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품은 블랙코미디…'경주기행'이 보여준 복수의 다른 얼굴 [현장]
입력 2026.08.13 17:28
수정 2026.08.13 17:28
26일 개봉
'경주기행'이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블랙코미디에 상실과 죄책감, 가족의 연대를 녹여내며 기존 복수극과는 다른 결을 보여줬다.
이연 ·박소담 ·이정은 ·공효진 ·변요한ⓒ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영화 '경주기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미조 감독과 배우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이 참석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복수 여행에 나선 가족의 이야기다. '갈매기'를 연출한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이정은은 막내딸을 잃은 뒤 복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엄마 옥실을 연기했다. 공효진은 가족을 묵묵히 지탱하는 첫째 딸 장주를, 박소담은 법대 출신 둘째 딸 영주를 맡았다. 이연은 가족의 복수 계획에서 몸을 쓰는 전직 프로레슬러 동주를 연기했고, 변요한은 네 모녀와 대립하는 백상현으로 특별출연했다.
김미조 감독은 "'갈매기'도 그렇고 '경주기행'도 결국 제 이야기"라며 "장르영화를 좋아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복수 자체보다 상실을 겪은 가족이 어떤 감정을 거쳐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복수극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사람을 죽이기까지 어떤 마음을 거치는가였다"며 "가족마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가족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옥실을 연기한 이정은은 "평범한 가족이 한순간의 사고 이후 어떻게 무너졌을지 감독님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며 "옥실은 그날 이후 시간이 멈춘 사람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복수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엄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막내딸과 남편을 향한 지독한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영화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옥실에게 액션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신념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극 중에서는 한 번도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며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은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두려움을 안고도 끝까지 버티는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효진은 "대본을 읽으며 가장 탐났던 역할은 엄마였고 그다음이 동주였다"고 웃으며 "장주는 엄마의 그림자이자 오른팔 같은 존재다. 가족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와 눈썹 문신을 함께 하고 목욕탕도 같이 다니는 등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디테일을 많이 넣고 싶었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담아주셨다"라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니 대본에서 받은 울림보다 훨씬 큰 감정을 느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소담은 "영주는 겉으로는 가장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진 인물"이라며 "공부밖에 모르던 사람이 현실과 마주하며 무너져 가는 과정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찍는 가족사진이지만 그 사진은 평생 남는 기억이기도 하다"며 "그 순간 어떤 감정으로 셔터를 눌렀을지 계속 상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연은 "연출부에 프로레슬링 팬이 있어 캐릭터 설정부터 함께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며 "맨몸 액션이라 촬영할 때는 아픈 줄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집에 가서 샤워할 때 비로소 통증이 느껴졌다. 그만큼 몰입했던 작품이라 오히려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노개런티로 특별출연한 변요한은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이정은 선배와는 네 번째 작품이고 늘 영감을 주는 배우다. 공효진 배우는 오래전부터 팬이었고, 박소담은 학교 후배라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했다. 이연 역시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 배우의 캐스팅을 보는 순간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백상현은 유가족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인물인 만큼 어떤 연민도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 좁은 세계 안에서 잘못 배운 나르시시스트이자 자기 자신만 지키려는 사람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김미조 감독은 변요한의 캐스팅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백상현은 중반 이후 등장해 영화의 분위기를 바꾸는 인물이라 네 모녀와 맞설 수 있는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필요했다"며 "마침 제작사 대표 생일에 변요한 배우가 선물을 보내왔는데 그 순간 '왜 변요한을 생각하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모녀와 대적할 수 있는 힘을 모두 갖춘 배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또 "리딩 때는 너무 잘생겨 보여 '백상현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어떻게 덜어낼지 함께 고민했고, 배우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며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고 웃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실제로 저도 딸만 있는 집의 막내라 모녀 관계만큼은 자신 있었다"며 "욕심이 많아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많이 고생했지만, 그 덕분에 편집실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했다.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한 시간은 신인 감독인 제게 큰 축복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공효진은 "글보다 더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고, 박소담은 "극장에서 관객들도 저희가 함께 만든 이 에너지를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개봉을 앞둔 기대를 전했다. 26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