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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백룸'·'옵세션'…공포 영화는 어떻게 1030 세대를 극장으로 이끌었나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6.07 11:01
수정 2026.06.07 11:01

300만 관객을 돌파한 '살목지', 제작비 1000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4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백룸', 제작비 75만 달러로 북미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옵세션'. 올해 극장가에서는 공포 영화들이 높은 수익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들 작품은 모두 10·20·30대 관객이 흥행의 중심축으로 작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쇼박스·포커스 피처스·A24

국내에서는 '살목지'가 323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대표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CGV 예매 데이터에 따르면 관객 비중은 20대가 34%로 가장 높았으며, 30대 23%, 40대 18%, 10대 14% 순으로 나타났다. 10·20·30대 관객 비중은 총 71%에 달한다. 공포 장르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A24가 배급한 '백룸'은 북미에서만 1억911만 달러, 해외 3710만 달러를 더해 전 세계 1억4622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북미 오프닝 스코어는 8140만 달러로 A24 역대 최고 기록이다. 포스트트랙 조사 결과 관객의 85%가 35세 미만이었으며,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로 집계됐다.


'백룸'의 성공은 규모가 아닌 화제성이 흥행을 견인한 대표 사례다. 제작비는 1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인터넷 괴담과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디지털 세대의 문화 코드를 적극 활용하며 젊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한국이 전 세계 최초 개봉국으로 나서며 글로벌 흥행에 앞서 먼저 반응을 쌓았고, 개봉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말 분석과 세계관 설명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북미에서는 유튜버 출신 커리 바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옵세션'도 예상 밖 흥행에 성공했다. 포커스 피처스가 배급한 이 작품은 북미에서만 1억47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으며 전 세계 누적 수익은 1억7130만 달러를 넘어섰다. 제작비가 단 75만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가장 놀라운 흥행 사례 가운데 하나다.


관객 구성 역시 젊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트에 따르면 '옵세션' 관객의 약 75%가 18~34세였다. 개봉 한 달이 지난 뒤에도 관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주말에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를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작품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젊은 관객과 접점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살목지'는 무속과 지역 괴담을 현대적인 체험형 공포로 재해석했고, '백룸'은 인터넷 도시전설과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디지털 문화에서 출발했다. '옵세션'은 유튜버 감독이 자신의 팬베이스를 그대로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짝사랑의 집착을 초자연적 공포로 비튼 신선한 소재로 승부했다.


공통점은 익숙한 공포 공식을 반복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금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와 감각, 불안과 호기심을 장르 안으로 끌어들여 '무서운 영화'를 넘어 '경험하고 싶은 영화'로 확장했다. 이는 공포 영화가 여전히 극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포 영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도 강한 체험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다. 블룸하우스와 A24, 포커스 피처스 등 주요 제작·배급사들이 꾸준히 공포 장르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 공포 영화는 여름철 한정 상품처럼 소비됐다. 그러나 '살목지'와 '백룸', '옵세션'이 보여준 성과는 공포가 더 이상 계절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지금의 공포는 무섭기 때문에 보는 영화가 아니라, 지금 세대의 불안과 호기심, 놀이 문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장르다. 침체된 극장가가 젊은 관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고민해야 할 답 역시 어쩌면 이 지점에 있을지 모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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