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재인 성사재천’ 박민지…2년 만의 우승으로 통산 20승
입력 2026.06.01 07:03
수정 2026.06.01 07:11
통산 20승을 달성한 박민지. ⓒ KLPGA
박민지가 무려 5타 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20승이라는 대기록을 완성, ‘대세’에서 ‘전설’의 반열에 올라섰다.
박민지는 31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서 버디 8개를 몰아치며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코스레코드 타이를 작성한 박민지는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 김지윤(9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트로피 하나를 추가한 의미를 넘어선다.
지난 2024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이후 약 2년 동안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박민지는 길었던 침묵을 깨고 통산 20승 고지에 올라섰다. 이로써 박민지는 고(故) 구옥희, 신지애에 이어 KLPGA 역사상 세 번째로 20승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우승 과정이었다. 공동 10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민지는 선두와 무려 5타 차가 났다. 사실상 역전 우승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박민지는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고 후반 들어 더욱 매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승부처는 16번홀(파4)이었다. 두 번째 샷을 홀 1m 옆에 붙이며 버디를 낚은 박민지는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이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4.6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클럽하우스에서 경쟁자들의 결과를 지켜본 박민지는 마침내 우승이 확정되자 동료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박민지. ⓒ KLPGA
우승 직후에도 박민지는 기록보다 감사함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는 "아직도 내가 20승을 달성했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우승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이렇게 20승이 찾아와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우승은 박민지 스스로도 인정한 '반성'과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는 "작년의 나는 연습도 게을리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주위에서는 아픈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사실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올 시즌 초반에는 정말 시드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했다"며 "많은 분들이 다시 뛸 수 있는 동기부여를 줬고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 치열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박민지의 플레이에서는 과거 전성기 시절의 날카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은 3~4언더파만 쳐도 만족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늘은 무조건 더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신기하게도 긴장이 전혀 되지 않았고 원하는 플레이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박민지. ⓒ KLPGA
박민지가 이번 대회 내내 가슴에 품었던 문장은 '모사재인 성사재천(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뒤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박민지는 "우승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을 뻗어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서도 예전 박민지의 독기 어린 눈빛이 돌아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0승을 달성한 박민지는 이제 KLPGA 최다승 기록 경신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기록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박민지는 "예전에는 20승을 하면 골프 인생의 큰 챕터가 끝날 줄 알았다"며 "이제는 이 기록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밝혔다.
물론 우승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그는 "남은 시즌 목표는 계속 우승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이번 우승을 위해 다잡았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매 대회 집중력 있게 플레이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