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촉법소년 조사권 부여 추진…연령하향 대신 실효 있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721]
입력 2026.05.26 18:38
수정 2026.05.26 18:38
사회적 대화협의체, 촉법소년 연령 기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유지 의결
권고안 속 소년부 판사 일임 '촉법소년 조사 권한' 경찰 행사 가능 조정 내용 포함
현장서 실효 거둘지는 의문…법조계 "보호와 안전 사이 사회적 균형점 찾아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범죄 악용 방지를 위해 경찰에 직접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는 수사 역량과 절차 효율화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러한 정부의 대응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가 최근 마련 중인 권고안에는 현행 소년법상 소년부 판사에게 일임된 촉법소년 조사 권한을 경찰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를 통해 범행 경위와 재범 가능성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조사는 형사소송법상 강제수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권고안에는 '전건송치' 제도 개선안도 담겼다. 현행법상 경찰은 혐의 경중과 관계없이 모든 촉법소년 사건을 관할 소년부로 송치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미한 범죄임에도 법원 절차를 거치며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소년에게 불필요한 낙인 효과가 발생하는 등 선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사건 처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소년범죄의 흉포화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고 연령 하향이 근본적인 범죄 억제책이 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일각에서는 최근 촉법소년 검거 건수의 급증이 무인점포 절도 등 경미한 사건의 증가에 기인한 측면이 있어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보다는 대응 체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이달 중순 국무회의 보고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안건 순서 등의 이유로 다음 달로 연기된 상태다. 성평등가족부 측은 현재 권고안의 문구를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데일리안DB
가사 전문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촉법소년 연령을 바로 낮추기보다는 현장에서 느끼는 제도 공백을 보완해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중요한 건 이번에 경찰에 부여되는 건 어디까지나 '소년법상 조사권'이라는 점이다. 일반 형사사건처럼 강제수사권이 생기는 건 아닌 만큼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경미한 사건까지 무조건 소년부로 보내야 했던 전건송치 제도를 일부 개선하려는 부분은 현실적 의미가 있다. 가벼운 사안까지 장기간 법원 절차를 거치게 되면 낙인효과나 재사회화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핵심은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느냐 문제가 아니라 소년 보호와 사회 안전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책임과 개입이 필요한지 사회적 균형점을 찾는 문제이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낮추지 않으려면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책임지고 촉법소년에 대한 정책에 맞춰 사건 처리를 해야 한다. 법원에서는 여러 전문기관과의 협업, 연계를 통해 전문적으로 촉법소년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그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곳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소년범 사건의 경우 경미 범죄라서 충분히 경찰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건도 민원인 원성을 듣지 않으려고 송치를 하는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