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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청 사용자성' 제동…노란봉투법 입법 근거 흔들리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738]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7.14 16:53
수정 2026.07.14 16:53

중노위, 2021년 CJ대한통운 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 판단…노란봉투법 입법 근거

1, 2심도 사용자성 인정했지만…대법 "근로계약 관계 인정 안돼…사용자 아냐"

법조계 "노봉법 규범적 타당성 직접 흔든 판단 아냐…법 적용 시간적 경계 재확인"

"'실질적 지배력' 명확한 하위 규정 필요성…원청 '단체교섭 의무' 한계 규정돼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6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입법 과정에서 주요 논거로 평가받아 온 중앙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판단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은 "노란봉투법 입법의 근거가 부정됐다"며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현행 법의 타당성을 직접 흔드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와, 오히려 보완 입법 필요성을 드러낸 판결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가입한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택배기사들은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CJ대한통운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는 없었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일반적인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행정판단으로 평가받았고, 이후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서도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1심과 2심 역시 택배노조가 요구한 배송상품 인수·인도시간, 주 5일제 시행, 작업환경 개선 등 교섭 안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들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기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발생한 분쟁은 개정 전 노동조합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전경.ⓒ데일리안DB

이번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공방도 다시 격화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대법원이 노란봉투법의 뿌리를 직접 잘라냈다"며 사용자 범위 확대와 쟁의행위 대상 확대 등을 손질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 재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민주당은 당시 하급심 판단을 근거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토대로 원청의 교섭 의무를 법에 반영했다"며 "대법원이 그 판단을 뒤집으면서 입법의 근거 자체가 부정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대법원은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이상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판단했다"며 현행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곧바로 현행 노란봉투법의 효력이나 위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발생한 사안으로 개정 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된 까닭이다. 앞으로 발생하는 원·하청 교섭 분쟁은 개정 노동조합법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는 만큼, 새 법이 규정한 기준을 법원이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가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노란봉투법의 규범적 타당성을 직접 흔드는 판단이라기보다는 '법 시행 전후를 나누어 적용한다'는 법 적용의 시간적 경계를 재확인한 것에 가깝다"며 "대법원이 사용자 개념 확장에 대해 보여온 신중한 태도가 신법 시행 이후 사건에서도 이어질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번 대법 판결은 현재 시행 중인 노란봉투법의 보완 입법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실질적 지배력'의 명확한 하위 규정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부 기준이 꼼꼼하게 규정되지 않는다면 원·하청 간의 교섭 거부와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매번 개별 소송을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새로 받아야 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원청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단체교섭 의무'의 한계 또한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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