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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은 누구의 것인가…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의 본질 [기자수첩-정책경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5.15 07:00
수정 2026.05.15 07:00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노조 총파업 예고

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상한선 폐지도

삼성전자發 성과급 갈등 산업계 전반 확산 조짐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사후조정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액수를 둘러싼 갈등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기면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영업이익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노조의 요구는 단순하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연봉 50%로 묶여 있는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회사가 더 벌면 직원도 더 받는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요구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한 가지 가정이 깔려 있다. 영업이익이 본질적으로 ‘노동의 산물’이라는 가정이다. 과연 그런가.


반도체 산업의 영업이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3 라인 한 곳에만 투입된 자본은 30조원이 넘는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한 대 가격은 4000억원에 달하고, 한 개 팹(공장)을 짓는 데만 수십조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 쓴 돈은 50조원에 육박했고, 연구개발비도 37조원에 달했다. 이 천문학적 자본이 30년간 누적된 결과물이 오늘의 반도체 영업이익이다. 이같은 설비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는 환경에서 노동자가 동일한 노동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부가가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노동이라도 설비, 인프라, 기술에 따라 산출물은 크게 달라진다. 반도체 노동자 임금이 다른 산업보다 높은 이유는 그들의 노동이 특별히 더 숭고해서가 아니다. 자본이 만들어준 생산성 위에 노동을 얹혔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에서 노동의 몫과 자본의 몫을 깔끔히 분리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반도체처럼 자본집약도가 높은 산업에서 노동의 기여도를 획일적 수치로 긋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고정’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분배의 비대칭성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한다. 그렇다면 영업손실이 발생한 해에 손실 15%를 임금에서 차감하자는 제안에는 어떤 노동자가 동의할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동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돼야 하는 것이지 사업 위험을 함께 짊어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의 위험을 부담하는 주체는 자본이고, 그렇기에 자본은 호황의 과실에 대한 우선 권리도 함께 갖는다. 이익은 비율로 나누되 손실은 짊어지지 않겠다는 분배 구조는 자본이 감수하는 리스크를 무시한 채 성과만 공유하자는 일방적 요구에 가깝다.


노동자의 정당한 몫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호황의 과실을 노동자와 함께 나누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방식은 노동의 기여분을 사후적으로, 유연하게 보상하는 형태여야지, 자본이 만들어낸 영업이익을 사전에 고정 비율로 떼어내는 형태가 돼서는 곤란하다.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성과급 배분 논쟁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지난 13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안을 내걸었다.


성과급 갈등은 한국 산업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호황기의 분배만 강조하는 구조는 불황기의 고통 분담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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