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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게이트'에서 김건희 여사가 희미해지는 이유는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9.25 06:30
수정 2024.09.25 09:05

2022년보선 녹취, 2024년 총선 텔레그램 등

'김건희 게이트'로 연결 짓기엔 '증거 불충분'

與 내부선 "탄핵 급한 野의 묻지마 공세 불과"

"비례대표 1번 논란 이준석에 주목" 목소리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한 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김건희 여사 게이트'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여권에선 이 사태를 김 여사와 연결지을 수 있는 고리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소위 '게이트의 확산'은 없을 것이라 보는 모양새다. 오히려 여권에선 김 여사를 향한 야권의 '묻지마 공세'에 대응하고, 비례대표 거래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관련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명 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개입한 것은 지난 2022년 6·1 보궐선거 때와 올해 4·10 총선 두 차례다. 2022년 보궐선거 공천 당시 공개된 명 씨가 자신의 지인과 통화한 녹취록에는 그가 김 여사를 움직여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 의창 공천을 성사시킨 것처럼 자랑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녹취록만 들으면 실제로 경남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를 활용한 능력자로 통하는 인물인 명 씨가 김 여사를 고리로 활용해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여권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김건희 게이트'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명 씨와 김 여사가 직접 통화하거나,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직접 통화한 녹취록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데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명 씨를 예전 김 전 의원이 한 번 소개한 적이 있고, 어쩌다가 한 번씩 전화 오는 사람이다. 자기 발언을 과시용으로 부풀리는 사람"이라며 "나는 녹음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전화 한번 했다고 해서 녹음하고 들려주는 것은 광파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진짜 친한 사람들은 그런 얘기 안 한다"고 날을 세운 것도 같은 논리에서다.


아울러 윤 의원은 명 씨가 재보선 때 기존에 유력한 제3의 후보를 밀어내고 김 전 의원을 앉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으로 내정된 게 없었다. 자기가 이것을 '김영선으로 바꿨다' 이건 한마디로 소설 같은 이야기다, 어불성설이다"이라고 힘을 실어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2대 총선에서의 공천 개입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묶을 수 있는 고리는 '텔레그램 메시지'다. 4·10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 핵심으로, 당시 5선 중진이던 김 전 의원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경남 창원을에서 김해갑으로 옮겨 도전했으나 컷오프되면서 실제 공천을 받지는 못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역시 김 여사의 공천 개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주고 받은 텔레그램 캡처본이 공개되지 않은데다, 명 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요청했지만 김 여사는 요구를 거절했고 김 전 의원의 공천도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상황에선 명 씨가 김 여사에게 공천을 압박해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나와야 하는데 애초에 결과 자체가 공천 탈락으로 나왔지 않나"라며 "텔레그램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도 모르겠고, 만에 하나 공개가 되더라도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담긴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실제로 명 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허위라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24일 정오까지 관련 증거인 문자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매체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등장하면서 텔레그램 메시지의 존재는 더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의원은 지난 3월1일 새벽에 김 전 의원을 만나기 위해 경남 하동 칠불사에 머물렀다. 당시 이 의원은 김 전 의원 측으로부터 "김 전 의원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으니 직접 만나보라"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의원에게 김 전 의원이 보여준 건 캡쳐된 텔레그램 한 장이었다고 한다.


해당 텔레그램 내용과 관련해 이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에 공천 개입이 애매하다고 했던 건, 텔레그램의 내용이 김 전 의원 측의 요청을 그분이 '돕기 어렵다'고 하는 취지인데, 도대체 뭘 바라고 이 판을 끌고 나가는 건가"라는 글을 올리며 오히려 본인이 본 텔레그램 내용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요청을 거절하는 뉘앙스였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이 보여준 텔레그램 역시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주고 받은 것 역시 확실치 않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김 전 의원이) 저한테는 (텔레그램 캡처를) 한 장을 보여줬다. '이게 한 장이 다냐' 제가 가장 먼저 물었던 게 그것"이라며 "그게(대화 당사자가) 당연히 김 전 의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할 수가 없는 게 뭐냐면 캡처이지 않나. 캡처면 상대방 이름이 위에 나온다. 그러니까 누구랑 한 대화인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천 개입 의혹에 시달리게 된 건 이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칠불사에서 이 의원을 만나 텔레그램 대화 폭로를 대가로 비례대표 1번을 달라고 흥정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스스로가 응하지 않았다고 답변했고, 당시 개혁신당 공천을 책임졌던 김종인 전 공관위원장도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비례대표 1·3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는 "얘기할 가치가 없어 상대를 안 했던 상황"이라고 말하며 거절 의사를 밝혔단 점을 명확히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김 여사 공천 개입 논란이 아니라 1차로는 이준석-김영선 간의 불발된 공천 밀실거래였고, 2차로는 윤 정권 임기 단축과 탄핵을 위해 윤 대통령 부부를 뒤흔들기 위한 정치공작으로 보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4일 SBS라디오에 나와 "(지금은) 공천 떨어진 사람들이 지금 전부 주인공들이다. '내가 공천 떨어진 것은 김건희 여사가 도와주지 않아서 떨어졌다' 주로 그런 이야기"라며 "공천 떨어진 사람들 전국에 수백 명 될 텐데, 그분들 만나서 이렇게 사적인 대화를 하면 전부 다 이런 이야기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로 몰아서 지금 마치 실제로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한 것처럼 보도를 하고, 또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나오고 있다"며 "이것을 모두 지금에 와서 김건희 여사의 잘못된 이야기로 전부 포장해서 나타나는 것도 일종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지금 현 정부 내지 현 정권을 공격하려는 한 가지 목적에서 계속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명 씨와 각별했던 관계로 확인되는 이 의원에게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명 씨와 이 의원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6·11전당대회 선거 운동이 한 창이던 5월16일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 등에게 뒤쳐지던 이준석을 1등으로 올리면서 연을 맺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사는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의뢰해 발표했는데, 두 기관 모두 명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아울러 명 씨는 윤 대통령이 2021년 6월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직후 김 여사와도 알게 됐다. 명 씨가 지인에게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했다'고 말한 이튿날인 5월10일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 명씨가 김 여사 초청으로 참석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 교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다. 이때부터 명 씨는 김 여사와 자주 만나고 교류했다고 하는데,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관저 이사 후엔 텔레그램 메시지가 주된 접촉 수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22년 보선과 22대 총선을 앞두고 명 씨가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을 구제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 것은 정황상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직접 증거는 여전히 없는 만큼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2년 6월 보선에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최종 결제한 건 윤 대통령과의 사이가 최악이었던 당대표 이준석 전 대표였다는 점에서 김 여사의 개입 가능성은 더 희미해진다. 또 김 전 의원이 올해 4월 총선에서도 김 여사의 5차례에 걸친 문자에 '읽씹'으로 일관했던 한동훈 대표에 의해 공천을 받지 못했는 점 역시도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사태를 명 씨와 김 전 의원 간의 잘못된 정치적 거래 등으로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김건희 여사가 개입됐다고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그걸 다 알고 있음에도 지금 탄핵이 필요한 야권에서 계속 김 여사를 거론하면서 공격하는 건 결국 야권 지지자들에게 김 여사를 계속 묻지마 공격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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