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가까스로 막았지만…與 내부에 흐르는 '긴장감'
입력 2024.05.29 00:20
수정 2024.05.29 00:20
115명 중 111명 반대로 '특검 부결' 이끌어
'자중지란' 위기 벗었지만…'여론 악화' 및
'윤 대통령 레임덕 초래' 여부에 우려 대두
"독소조항 제거안 선제 준비" 주장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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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단일대오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선 은근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채상병 특검 재표결에 찬성해야 한단 의견이 60%를 넘긴 다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재차 부결 당론을 내세울 경우 국민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단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22대 국회에선 이탈표 단속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검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향후 원내 운영 자체가 살얼음판이 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이에 당내에선 채상병 특검법이 재상정되기 전에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안을 만들어 야권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야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로 재표결에 부쳐진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출석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부결시켰다. 현역 의원 296명 가운데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출신 윤관석 의원(무소속)과 공천 배제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동작을)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런 만큼 여당 내에서 17표가 이탈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달 초부터 공식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 5명(안철수·유의동·김근태·김웅·최재형)을 제외하고 추가 이탈표가 없도록 철저한 표 관리에 노력해왔다.
이 같은 노력은 115명인 범여권 의원 가운데 110명이어야 했던 반대표가 111명에 그치게 된 만큼 추가 이탈을 확실히 틀어막은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당내에선 자연스레 정부·여당이 우려했던 '자중지란' 위기에선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 긴장감이 감지되는 이유는 특검 부결로 인한 국민 여론의 추가적인 악화 가능성 때문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5~26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3.7%가 "국회가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찬성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채상병 특검의 부결을 주장해왔던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9.3%로 전주(31.4%) 대비 2.1%p 하락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채상병 특검법 반대가 국민의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아울러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단 의사를 피력한 야권에 맞서 여당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 역시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석수는 108석으로 야6당이 확보한 192석 대비 84석이 적다. 채상병 특검법이 재상정될 경우 여당에서 8표만 이탈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조금만 삐끗해 이탈표 관리에 실패하면 곧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채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페이스북에 "거부권이 거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왔다면 윤 정권은 바로 레임덕 사태가 초래됐을 것이고 정국은 대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미 채상병 특검은 진실 규명 여부보단 정쟁에 대한 부분이 더 부각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레임덕이든 탄핵이든 윤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절대 놓지 않고 계속해서 여론을 흔드는 재료로 활용할 것"이라며 "당장 당내 의원들의 관리부터 신경 써야 하는 여당 입장에선 민주당이 선동하는 여론에 대한 대응과 표 관리까지 이중으로 고생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전략을 잘못 설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을)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대통령이 격노했다 해도 의견을 표명한 것인지, 지시를 한 것인지 (알기 어렵기에) 공수처가 기소를 하기 힘든 사항"이라며 "민주당도 대통령 탄핵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특검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윤 정부에서 이걸 정면으로 받아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만큼 당내에선 지금이라도 지도부가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원식 의장 선출에 이어 이번 재표결에서의 이탈표로 이재명 대표 체제에 금이 간 건 사실"이라면서도 "어차피 이 대표가 자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시 특검을 들고 나올 게 뻔한 상황에서 여당이 선제적으로 특검법 내 독소조항을 제거해 민주당과 이 대표가 받을 수밖에 없는 카드를 만든다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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