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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이렇게 빨라?"…볼보 EX90, 640마력 품은 패밀리카 [시승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8.07 00:00
수정 2026.08.07 00:00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시승기

XC90 안전 유산 계승…6·7인승 실내에 제로백은 4.2초

발끝만 올려도 부드럽게 가속…EV 특유의 울렁거림은 품어야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볼보의 전기차가 패밀리카로 돌아왔다.


패밀리카는 대게 욕심을 덜어낸 차다. 빠르게 달리는 재미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날렵한 몸매보다 가족과 짐을 담을 넓은 공간을 먼저 챙긴다.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90’은 이러한 공식을 충실히 지키는 듯하다가도 페달을 밟는 순간 슬쩍 본색을 드러낸다.


6~7인승의 널찍한 공간과 XC 시리즈에서 물려받은 안전성은 영락없는 패밀리카의 공식을 이어 받았지만, 최고 출력은 680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4.2초에 불과하다.


과연 볼보는 패밀리카의 편안함과 고성능 전기차의 ‘달리는 맛’을 한 차에 과하지 않게 담아냈을까. 지난 5일 서울 동대문에서 경기 의정부를 오가는 코스에서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를 직접 시승해봤다. 국내에는 6인승과 7인승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1억2320만원, 1억2120만원이다.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측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볼보가 가장 자신있게 내민 명함은 역시 ‘안전’이다. 볼보 관계자는 “EX90은 XC90이 쌓아온 안전의 유산을 전기차 시대에 맞춰 계승한 모델”이라며 “차체 구조부터 첨단 안전 기술까지 탑승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EX90은 XC90보다 전장이 길어졌지만 휠베이스에는 큰 차이가 없다. 늘어난 길이를 실내 공간에만 몰아주지 않고 차체 앞뒤에서 충돌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존을 넓히는 데 활용했다. 사고가 벌어진 뒤 탑승자를 보호하는 XC90의 기본기에, 차량 안팎의 센서로 운전자와 주변 상황을 미리 살피는 기술까지 더했다.


이러한 자신감과 달리 외관은 크게 요란하지 않다. 첫인상은 덩치에 비해 꽤 동글동글하다.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 대형 SUV지만 거대한 그릴이나 복잡한 장식으로 위압감을 만들지는 않았다.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전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볼보의 상징인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은 그대로 남기고, 막혀 있는 전면부와 보닛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차체 안으로 숨어드는 도어 손잡이와 둥글게 떨어지는 앞부분까지 더해지자 거대한 SUV라기보다 몸집을 키운 전자기기 같은 인상도 풍겼다.


차 문을 열면 외관보다 더 시원한 공간이 펼쳐진다. 1열과 2열 모두 널찍하고 앞뒤 좌석 사이에도 여유가 충분하다. 성인이 뒷좌석에 앉아도 무릎을 억지로 접거나 옆 사람과 어깨를 맞댈 필요가 없었다.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실내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실내 개방감을 완성하는 것은 천장을 거의 통째로 덮은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그대로 보여 큰 차체가 실제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버튼을 누르면 유리가 어두워져 별도의 가림막 없이도 강한 햇빛을 줄일 수 있다.


중앙에 자리한 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도 시원시원하다. 화면이 커 지도와 차량 정보를 확인하기 편하고 아이콘과 글씨도 큼직하다. 지도와 음악, 차량 설정을 오갈 때 반응도 빨랐다.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운전석 및 인터페이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대부분의 기능을 화면 안에 넣었지만 공조 등 자주 쓰는 메뉴는 하단에 고정해 처음 타도 크게 헤맬 일은 없다. 물리 버튼이 줄어든 구성에는 적응이 필요하지만, 기능을 깊숙이 숨겨놓고 운전자를 시험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본격적인 반전이 시작된다. 시승 전 “페달은 발가락 끝으로 살살 밟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680마력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출발하자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EX90은 힘이 부족해 페달을 깊게 밟는 차가 아니라 너무 빨리 나가지 않도록 발끝의 힘을 조절해야 하는 차다.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도 가속페달에 힘을 조금 더 주면 거대한 차체가 망설임 없이 치고 나갔다.


다만 부드러운 가속이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다시 밟는 과정에서는 몸이 앞뒤로 살짝 흔들리는 울컥거림이 남아 있었다. 크게 불편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속과 감속이 한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도 아니다.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실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주행 질감도 기존 XC 시리즈와 확실히 달랐다.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상당 부분 걸러내고 코너에서도 커다란 차체를 안정적으로 붙잡았지만, XC90처럼 바닥을 묵직하게 누르며 달리는 감각은 옅어졌다.


실제 무게는 2톤을 훌쩍 넘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움직임은 오히려 가볍다. 노면에 단단히 붙기보다 살짝 떠서 미끄러지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큰 차를 부담 없이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XC 시리즈 특유의 단단하고 묵직한 주행감을 좋아했다면 차가 한 겹 가벼워졌다는 인상을 무시하기 어렵다.


볼보 EX90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볼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448km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350kW급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2분이 걸린다. 가족과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 부족하지는 않지만 충전 계획을 완전히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인 거리는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가격이다. 같은 대형 전기 패밀리 SUV로 거론되는 현대차 아이오닉 9은 6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브랜드와 출력, 사양의 차이를 고려해도 가격 차이는 상당하다. 가족을 위한 실용적인 전기 SUV를 찾는 소비자에게 1억원을 훌쩍 넘는 가격은 쉽게 넘기 어려운 벽이다.


XC 시리즈의 묵직함은 옅어졌고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실용성만 따지면 지나치게 비싸다. 그럼에도 XC90이 가족에게 주던 안도감을 더 넓고 빠르며 세련된 전기차로 이어가고 싶다면, EX90의 가격표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 듯하다.



▲ 타깃

- 고개만 들면 하늘이 보여야 하는 개방감 애호가

- 가족차에서도 넓은 공간과 강력한 성능을 포기할 수 없다면


▲ 주의할 점

- 패밀리카 가격표에서 보기 드문 ‘억’ 소리 나는 가격

- 발끝에 힘을 잘못 주면 온 가족이 680마력을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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