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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약속대련'인가 [총선 79일 앞, 여권 혼돈의 밤 ①]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4.01.22 01:32
수정 2024.01.22 03:23

현재권력·미래권력, 수면 위 정면충돌

이관섭 '메신저', 호가호위 사칭 아닌 듯

이준석 '약속대련설' 제기했지만 '글쎄'

"尹 '내 집사람을 밟고가라'곤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4·10 총선을 불과 79일 앞두고 여권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정면충돌했다. '현재권력'의 불가침의 성역에 해당하지만 국민적 반감을 사고 있는 영부인 문제를 놓고 '미래권력'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발언을 거듭하자, '현재권력'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쌍방 간의 파열음이 크고 사태 추이에 따라 내상이 치명상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약속대련'이나 '나를 밟고가라'는 식의 '제2의 6·29 선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1일 여권은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날 점심 무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대응에 관한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는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해 함정에 빠뜨리려 한 '몰카 공작'을 왜 당에서 계속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느냐"며 "국정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초래되고 있다"는 뜻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맡다가 정책실장으로 영전했으며, 정책실장이 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비서실장으로 승승장구해 최근 용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사다.


특히 비서실장으로 내정되기 나흘 전이었던 지난달 2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책실장의 관할이라고 보기 어려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 "총선을 겨냥해 흠집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인 지난 5일에는 비서실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 전면에 나서 "(김건희 특검법은) 총선용 여론조작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며 "문재인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편향적인 특검 임명,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조작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승승장구하는 과정에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극력 두둔했던 이관섭 실장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나선 게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호가호위하는 무리들의 대통령의 뜻 사칭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도 '메신저'가 이 실장이 아니었다면 이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로 간주하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식으로 엄중하게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음식점에 주방은 하나인데 전화 받는 상호와 전화기가 두 개 따로 있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팀인 척 해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짜고치기'식 차별화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는 이른바 '약속대련' 설에 따른 해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혹시 '나를 밟고가라'는 식의 '제2의 6·29 선언'일까"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또한 넓게 보면 '약속대련' 설의 한 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 사이의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사실상 다른 살림을 차린지 오래됐고 권력 핵심부와의 채널이 끊어져 친정 내부에 대한 정밀한 취재는 되지 않는 상황일 것"이라며 "약속대련이라기에는 공방 결과에 따라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나를 밟고가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코 하지 못할 말이 '내 집사람을 밟고가라'는 말"이라며 "지금 이 상황은 영부인 의혹에 대한 대응 문제가 핵심이다. 제2의 6·29 선언 같은 국면으로 바라본다면 완전히 헛다리를 짚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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