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먹지 말란 정당, 민주당 뿐"…'오염수 정쟁터' 된 외통위
입력 2023.08.24 01:00
수정 2023.08.24 01:00
민주 "'日정부 대변인'처럼 말
말아야…尹, 유감표명 내놔라"
국힘 "IAEA 따른 과학적 결정
…文정부도 입장 다르지 않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여야 간 정쟁의 장이 됐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번 방류가 우리나라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야당이 가짜뉴스로 국민을 불안하게 떨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국익보다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여야는 23일 국회에서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에 대한 현안질의를 실시했다. 외통위는 시작부터 삐걱됐다. 애초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에 개의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 반대 피켓'을 들고 나오면서 여야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회의는 1시간 이상 지연됐다.
개의된 이후에는 여야 간 갈등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자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는 커녕 정부가 일본의 방류를 사실상 찬성했다고 공격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께서 방류를 찬성하는 입장이구나, 이렇게 느껴졌다"며 "최소한 과학적으로 문제없으니 방류하겠다는 것 아닌가. 24일 방류조차도 사전에 충분히 된 게 아니고 그냥 사후에 들을 수 뿐이 없었던, 용인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전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일본 측의 방류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다 그러면 찬성이라고 생각하지 거기에 대해 반대라고 생각을 하겠나"라며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 명료하게 이야기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황희 의원은 "일본이 왜 오염수를 자기 땅에 안 버리고 바다에 버리는가"라며 "(오염이) 심각하니까 바다에 버리는 게 누가 봐도 뻔한데 장관이 일본 정부 대변인처럼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박병석 의원은 "오염수 문제는 정부나 일본이 강조하는 과학적 안전의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 평안 이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대통령 또는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전 각료가 국민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또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정식 의원은 일본의 오염수 투기를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 규정하면서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일본이 지난 2차 세계대전 때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냐. 태평양 전쟁을 벌였고 우리도 그 침략에 피해를 본 나라"라며 "우리 정부만 유독 반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서 방조 또는 양해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보고서 등을 근거로 한 '과학적 기준'을 앞세워 오염수 방류 후에도 우리 해역은 안전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바닷물이 동쪽에서 태평양 쪽으로 간다. 태평양을 건너서 캐나다·미국으로 간다. 물이 바로 와닿는 캐나다와 미국은 당연히 크게 반발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것 아니냐. 지금 미국과 캐나다 국민들은 조용하다"며 "내일 방류하면 태평양을 돌아서 4~5년 후에 한국에 우리 동해안에 도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과학적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IAEA 기준에 따른다면 방출을 굳이 반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윤 정부는 더 철저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핵 폐수를 먹게 됐다'고 이야기하니까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윤 정부의 판단은 문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정부도 IAEA 기준을 말했고, 우리 정부도 그 기준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마치 윤 정부가 들어서서 모든 것이 새로 생긴 것처럼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다가오는 국정감사 때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을 증인으로 출석시켰으면 좋겠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와 관련해서 '문 정부의 기본 입장과 윤 정부의 기본 입장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인가라는 자문에 다르지 않다'는 답밖에 나올 수가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활용해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찾아 '핵방사선 물질이 바다에 섞여 있다고 하면 누가 (부산 앞바다를) 찾겠는가. 이 향기 좋은 멍게, 누가 찾겠는가'라고 발언한 것을 사례로 들며 "이 대표가 회를 먹지 말라고 했다. 이웃 나라 중 회를 먹지 말라고 하는 정당은 민주당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의 방류 지점과 한반도 사이의 직선거리, 해류거리를 비교하며 "후쿠시마에서 방류된 물은 우리나라로 직접 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장관은 "처리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또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맞도록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를 두고도 여야 간 평가는 엇갈렸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강제 동원, 일본군 위안부, 과거사 문제부터 시작해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까지 일본에 완벽한 선물을 선사한 것"이라며 "입 한번 뻥긋 못하고 미국은 동해를 일본에 선물로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미국·일본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에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그 이전의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한미일 정상회의가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제도화했다 이렇게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