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0월 사퇴하고 김두관 대표로 총선 치른다"…'40명 의원 합의설' 실체는
입력 2023.07.29 14:42
수정 2023.07.29 14:43
장성철 "추석 지난 뒤 이재명 사퇴…
전당대회 열어 김두관 후임 밀기로"
친명계 중심의 '당권 이양 구상' 폭로
"내년 총선 전망 밝지 않은 게 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0월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김두관 의원을 새 당대표로 선출한 뒤 내년 총선을 치른다는 설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같은 당권 이양 시나리오에 강성 친명(친이재명) '처럼회' 등 민주당내 40여 명의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장성철 소장은 29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 "추석을 지낸 뒤인 10월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새롭게 열어서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새로 뽑아 내년 총선에 대비한다는 의견에 민주당의 40명 정도의 의원들이 합의가 됐다는 얘기"라며 "(후임 당대표로는) 김두관 의원을 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당권 이양'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장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위기에 갇힌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지지율이 정체된 것에 대한 위기감과 문제의식이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소장은 "어떤 문제의식이냐 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고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고 내년 총선의 전망이 밝지 않은 원인이 뭐냐는 것"이라며 "결국 문제는 이재명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후임자로 생각하는 김두관 의원과 여러 얘기를 나눴다"며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도 함께 논의를 해서 일정하게 합의를 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을 향한 부정평가가 계속해서 국민 과반을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우리 국민 55%가 부정평가를 보냈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율도 29%로 떨어지며 국민의힘(35%)과의 격차가 6%p로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 김준우 변호사도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율로 옮겨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민주당은 자체적인 혁신 노력을 게을리 할수록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으니 다른 선수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간 이낙연 전 대표 등판론, 김부겸 전 국무총리 투입론, 김해영 전 최고위원 발탁론, 박용진 의원 선도론 등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상은 다양하게 알려졌지만, 친명계 중심의 '포스트 이재명' 구상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재명·김두관, 삶의 궤적·정체성 유사
"사석에선 이재명이 김두관에 '형님'"
김두관, PK 출신이라 공학적으로 유리
신평 "김두관, 전면으로 부각될 것"
친명계의 '포스트 이재명' 구상에서 김두관 의원이 대두하게 된 것은 이재명 대표와 김 의원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이 유사하고 △이념과 정체성이 비슷해 급속히 사이가 가까워진데다 △김 의원이 PK(부산·울산·경남) 기반이라 민주당의 전통적인 선거 전략과 일치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출신의 우리 사회 '비주류'로 기초단체장(성남시장)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김두관 의원도 남해종고를 나와 일단 전문대에 갔다가 동아대에 편입한 '비주류'로, 이장을 거쳐 기초단체장(남해군수)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의 스펙트럼에서 제도권 왼쪽 끝에 위치한 두 사람의 이념과 정체성도 비슷하다.
장성철 소장은 "관계자와 얘기를 나눠보니 김두관 의원은 거의 이재명 대표의 아바타 수준이고 입장을 대변하는 분"이라며 "사석에서는 이 대표가 김 의원에게 '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고 전했다.
거기에 김 의원은 이 대표가 갖지 못한 장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경남도지사를 지냈으며 지금도 경남 양산을이 지역구라 정치적 기반이 PK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선거 전략은 호남과 수도권 호남 출향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영남 정치인을 '얼굴'로 내세워 영남 표 일부를 깨오는 전략이다. PK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러한 전략 아래에서 민주당의 '얼굴'로 나서 선거 승리를 가져왔다.
그런데 TK(대구·경북)는 보수정당의 지지세가 견고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TK 출신 인사를 내세워도 표 획득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08년 총선에서 참패했고, 경북 상주 출신 김부겸 전 총리는 2020년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으며, 경북 안동 출신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대선에서의 TK 득표도 저조했고 내년 총선에서 TK 출마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이래서는 선거공학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길이 요원하기 때문에 TK 출신의 '얼굴'은 이재명 대표는 2선으로 후퇴하고, 대신 PK 출신인 김두관 의원이 전면에 나서 총선을 치른다는 발상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구상이 구체화되면 정치권 안팎에서 동조세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치권 외곽의 저명한 관측자인 신평 변호사는 "국민은 차츰 윤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의 결과는 불문가지"라며 "윤 정부의 단명을 재촉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서서히 국민의 가슴 속에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태풍으로 변하는 경우의 그 시대정신은 우선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고 국민의 가슴 속에 담긴 한(恨)과 뿌리 깊은 정서를 이해하는 정치세력의 출현을 희망할 것"이라며 "이 두 가지 성격의 태풍을 탈 수 있는 사람으로 우선 김두관 의원이 차츰 전면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걸림돌은 정청래, 출마시 구상 무산"
현근택 "현재 대표가 '다음은 누구'
라고 밀어준들 정치가 그리 되느냐"
김두관 나이·위상 등도 애매한 요소
이재명 대표의 후임으로 김두관 의원을 세우는 경우, 시나리오는 지도부 총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수립보다는 전당대회를 새로 치르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비대위를 꾸리면 지도부의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명계를 상대로 과감한 '물갈이'를 단행하기가 힘들어지므로, 전당대회로 정통성 있는 새 지도부를 꾸린다는 것이다. 맹목적 극성 지지층 '개딸'들의 존재 등 친명계가 권리당원 구조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포스트 이재명' 구상에도 두 가지의 단점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첫째로는 이 대표가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야 본인의 결단으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자신의 후임까지 김 의원으로 마음대로 결정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사퇴한다는 얘기는 '5월 사퇴' '8월 사퇴' '3월 사퇴' 등 백 번은 들은 것 같다. 계속 나오는 이야기"라며 "세상에 현재 당대표로 있는 사람이 '다음 당대표는 누구'라고 밀어줘서 되겠느냐. 정치가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고 평했다.
장성철 소장도 "걸림돌은 정청래 최고위원인데, 당원 구조상 정청래 최고위원이 출마하면 (김두관 의원을 제치고) 정 최고위원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나 김 의원이 구상한 시나리오는 무산이 되는 것"이라며 "총선을 치르는 지도부의 당대표가 정청래 최고위원이라면 과연 민심을 제대로 받아안을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둘째로는 이같은 구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이 대표와 김 의원 사이를 '이간' 하려는 세력들이 나타날텐데, 과연 이 대표가 김 의원을 믿고 당권을 넘겨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 경남도지사를 임기 도중에 그만뒀을 정도로 본인 스스로 대권에 꿈이 있다. 이재명 대표 다음에 '차차기'로 할 수 있는 '군번'이면 상관이 없는데, 실제로는 김 의원이 1958년생, 이 대표가 1963년생으로 김 의원이 오히려 다섯 살 위라 '아우 먼저' 하라고 할 수도 없다.
김 의원이 당대표가 돼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게 되면 그 성과가 오롯이 이 대표에게 귀속되는 게 아니라, 당장 김 의원 자신이 유력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게다가 김 의원은 정치적 기반이 PK라, 연고가 TK인 이 대표보다 선거공학적으로 대선후보로서 유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자칫하면 이 대표가 스스로 자신을 잡아먹을 '호랑이'를 키우는 꼴이 되는데, 과연 순조로운 '당권 이양'이 가능하겠느냐"라며 "설령 이 대표 본인은 의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둘 사이를 이간하는 수많은 세력과 설(說)들이 난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