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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의혹에도 "조작 수사"…민주당 내서도 "설득력 없다" 지적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4.14 11:46
수정 2023.04.14 19:34

민주 "檢 저의 의심…짜맞추기·조작에 누가 신뢰하나"

당 일각선 "전적으로 기획 수사라 얘기하기 애매해 보여"

정의당서도 "야당 탄압, 아무 때나 쓰는 마법 도구 아냐"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왼쪽) 의원, 이성만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뉴시스

'이정근 게이트'가 더불어민주당을 덮쳤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1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원내·외 인사 40여 명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검찰의 조작 수사' '야당 탄압'이라는 여론전을 펴고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전당대회 자금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목적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관계를 따져봐야겠지만,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금품 공여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인 시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휴대전화 포렌식은 오래 전에 했을 텐데 압수수색 시점이 묘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관련 녹취파일이 검찰의 압수수색 당일 언론에서 공개됐다는 점도 이들의 해석 근거가 되고 있다.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 여당의 악재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수사라는 것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며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갑자기 2년 전 일을 빌미로 압수수색한 점도 그렇고, 검찰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녹취파일이 당일 방송을 통해 보도된 점도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그간 보여온 편파적이고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면 이런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면서 "오직 증거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을 좇아야 할 검찰이 결론을 미리 내놓고 짜맞추기와 조작을 해대니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검찰의 이번 수사를 '국면전환용 기획수사'로 규정한 당 차원의 입장을 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압수수색 당일 언론에 의해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검찰이 기획을 했거나 최소한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면 전환용 수사라는 국민적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인 송영길 전 대표도 이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자신과 선을 그으면서 정치적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당 일각에서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 인터뷰에서 "(녹취록) 시기를 보면 연이어 대화가 있었다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다른 것을 가지고 짜깁기 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볼 때 조금 설득력이 좀 없지 않은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일 언론을 통해 생생한 육성이 나오고 있다"며 "'짜깁기한 것, 조작한 것'이라는 식으로 하면 더더욱 코너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이 전 부총장이 '송 대표 보좌관에게 문자 전달했음' 이런 (문자를 보낸) 게 있기 때문에 그것도 조금 궁색하지 않으냐"며,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가 자발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조 의원은 "(녹취파일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추출하고, 끼워맞춰 얼개를 만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얼개를 만드는 게 끝나고 이제 추수에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포렌식 등을 통해서 많은 녹음파일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전적으로 이건 잘못된 거고 기획된 수사'라고 얘기하기는 애매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 핵심이 해당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못하는 것도 당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 등에 대한 비판 목소리만 냈다.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현재 자기 당의 최대 현안인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곤혹스럽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야당 탄압'이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이를 두고 또다시 '야당 탄압'의 프레임을 꺼냈다. 마땅한 의혹 제기에도 '야당 탄압'이라는 말을 갖다 쓰기 시작하면, 야당은 '양치기 소년'이 되고 국민은 야당에 고개를 돌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스스로가 전당대회에 대한 모든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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