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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솟아날 구멍이 없어요”…유통·외식업계 ‘암울·분통’

이나영기자 (ny4030@dailian.co.kr), 임유정 기자
입력 2021.09.03 10:12
수정 2021.09.03 10:18

정부,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한 달 연장

식당·카페 밤 10시까지 영업 연장했지만…“추석 대목 사실상 포기”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다음 달 3일까지 한 달간 연장하자 유통업계는 암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길고 굵은’ 거리두기 양상이 지속되면서 가을 대목인 추석 장사를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더해 폐업이 현실화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오는 5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현행 거리두기 단계는 한 달 더 연장된다”면서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는 유지되지만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로 되돌리고 모임 임원은 6명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또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적모임 제한을 푸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해 수도권에서도 저녁에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6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다.


또 3단계인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백신 미접종자 4인과 접종완료자 45인을 포함한 모임이 가능하다.


추석을 포함한 일주일간은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8명까지 가정 내 가족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


유통업계는 당장 다가 올 추석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경기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연장 조치로 방문 고객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대형마트는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2010년 출점 규제를 시작으로 2012년 영업시간을 제한해 심야영업을 금지하고,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해 관리 감독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가세해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고부담이다. 거리두기 연장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고스란히 재고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일, 육류와 같은 신선식품은 대부분 장기간 보관이 힘들기 때문에 추석을 대비해 물량을 대폭 늘리는데 이를 제때 소진하지 못할 경우 업체 손해로 직결된다.


대형마트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돼 방문 고객이 급격히 줄어들까 하는 것이 가장 염려된다”며 “마트 내에도 가맹점에선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정부가 300제곱미터 이상 매장은 QR체크인까지 하라고 발표하면서 태블릿PC 설치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큰 상황인데 하반기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 했다.


패션·뷰티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보통 추석 연휴를 전후해 대목 특수를 누리는 데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사실 추석 앞뒤로 유통가 대목인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도 “백신 접종 완료 시 오후 10시까지 6인모임, 추석에도 8인까지는 가족모임이 허용되는 등 모임에 대한 제한이 어느 정도 풀리고 백신 접종 진행률도 높아지면 이전보다는 타격이 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외식업계다. 외식업계는 현재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사실상 한 달 넘게 봉쇄조치가 취해져 영업정지와 제한으로 극심한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한 달 연장은 ‘사형선고’와 다름이 없는 셈이다.


이들은 폐업이 어려워 대출 빚으로 버티곤 있지만 오늘 당장 닫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밀린 월세 때문에 보증금은 물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권리금도 받기 어려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영업 시간이나 인원수 제한 등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장모(30대)씨는 “정부가 이번엔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인원 제한을 최대 6명 까지 풀어주긴 했지만 매출 타격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 방문 고객이 20~30대인데 접종 완료자가 생각보다 없어 기대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도 “당장 현금 회전이 되질 않아 오늘 내일 하고 있다”며 “영업시간과 인원을 가지고 장난질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역지침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고 비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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