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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취임 100일 ③] "목숨 걸어야겠다"…정권교체 '역할' 주목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08.07 01:15 수정 2021.08.07 01:16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100일 분석

향후 200일 과제 많아…정치일정 산적

'언론재갈법' 놓고 여권 '폭주병' 도져

총력 저지 공언…'묘수' 나올지 시선

7일로 정확히 취임 100일을 맞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앞서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간의 소회와 내년 대선 각오를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지난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원내사령탑에 오른지 이날로 정확히 100일째다.


김 원내대표의 지난 100일은 원내에서의 여야 협상이라는 측면에서도, 제1야당의 '넘버 투'로서 대여 투쟁 과정에서의 당의 화합과 결속을 이끌어내는 측면에서도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200여 일은 과제가 많다. 특히 향후 200여 일은 나라로서도, 당으로서도 중요한 정치 일정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김 원내대표의 '역할'이 주목된다는 지적이다.


원내에서는 지난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일격을 당한 뒤로 잠시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듯 했던 친문(친문재인) 권력 집단의 '폭주병'이 다시 도질 조짐이라 문제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른바 '언론재갈법'이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강행 처리됐다. 한동안 사라졌던 여야 간의 국회 파행, 극한대립이 되살아날 징조다.


친문 권력 집단이 무리수를 다시 두기 시작하는 배경에는 다가오는 대선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권비판적 보도의 통제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원내에서의 폭주 저지와 정권교체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유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언론 재갈 물리기를 위한 여권의 태도가 매우 노골화되고 있다. 자신들이 지은 죄가 많고 숨겨야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며 "국민들 뜻에 어긋나는 모습이 되지 않도록 모든 당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관례적으로 제1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사위원장을 가리켜 "장물"이라고 강도 높은 표현으로 지칭했던 김 원내대표는 결국 이 '장물'의 반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언론재갈법'을 둘러싼 정국에서도 '제갈량의 지략'을 발휘해 이를 슬기롭게 수습해낼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대선후보 경선 관리 무겁지만 '최적격'
주요 대권주자와 두루 연결고리 있지만
특정 주자에게로의 쏠림은 전혀 없어
정권교체 과정에서의 역할 무거울 듯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내로 눈길을 돌리면 더 무거운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내달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드디어 발차한다. 당헌·당규에 따라 11월 9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후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는 국운을 건 총력전이 펼쳐진다. 당 지도부의 일원인 '넘버 투' 원내대표로서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해내야 한다.


대선후보 경선 관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적격이라는 평이 많다. 당내 모든 주요 대권주자들과 두루 친분이 두터우면서도 어느 한 명에게 쏠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서울법대 불과 한 학번 선후배 사이다. 입당을 앞두고서도 따로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법대 세 학번 사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는 학내 개신교 동아리 모임을 함께 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태호 의원 등 그간 당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던 주요 대권주자들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두텁다. 그렇다고 김 원내대표가 이들 중 특별히 누구와 가깝다는 것은 없다. 이준석 대표조차도 특정 대권주자와 가까운 것으로 인식돼있어 활동 반경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대선후보 경선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11월을 전후해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로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에 관한 일체의 권한이 후보에게 이양된다. 원내대표는 자연스레 대선후보, 당대표에 이어 '넘버 쓰리'가 되지만 역할의 중요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정책과 공약으로 대선후보를 뒷받침하게 되는데다, 그 무렵에는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어 원내에서 현 정권의 실정을 들춰내 정권교체 여론을 확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대권주자가 홀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이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인적 결사인 정당의 주축 전력은 국회의원일 수밖에 없다.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이 정권교체를 위해 각자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세심하게 깔아줘야 한다.


상반기에 국민의힘 박진·최형두 의원의 백신사절단이 큰 역할을 해내면서 반사적으로 친문 권력 집단의 무능을 부각했듯이, 이러한 원내에서의 활약이 하반기에도 계속되려면 김기현 원내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지적이다.


金 "정권교체, 목숨 걸어야 할 것 같다"
'사즉생' 각오 다졌나…향후 역할 주목
"100일 잘했지만 향후 더 무거운 숙제
물밑에서의 갈등 조율 역할 중요할 것"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옆자리의 이준석 대표가 이를 넘겨다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기현 원내대표는 17·18·19대 국회에서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지난 2014년 울산광역시장으로 차출된 뒤 6년간 중앙정치에서는 공백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원내대표에 오른지 100일만에 동료 의원들로부터 "그 사람은 원래 정치를 잘했었다" "실력이 있었다"는 과거를 자연스레 상기하게끔 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향후 200여 일을 더 잘해낸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 더 큰 역할도 자연스레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원내대표는 울산 출신 현존 정치인 중에서 가장 정치적 체급이 무겁다. 울산은 지난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해 독립적인 광역자치단체가 됐는데도 아직까지 대통령도, 국회의장도, 국무총리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치적 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김기현 원내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꼭 정권을 다시 교체해야 하겠다"며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고 한다.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를 다진 것으로 보이는 김 원내대표의 향후 임기 200여 일에서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100일간 경륜을 바탕으로 당내 갈등의 소지들을 조정·조율·대화·타협을 통해서 미연에 방지해 지도부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도 "대선 경선의 관리, 대선후보가 서고난 뒤의 당의 관리는 더욱 무거운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로는 원내에서 여당과의 협상, 정기국회·예산안도 중요하지만 대선후보와 관련된 관리를 이준석 대표를 뒷받침하면서 갈등 없이 원만하게 끝내는 중심축 역할을 하되, 그것을 드러나지 않게 물밑에서 해야 한다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당 대선후보 경선이 후보들 간의 극단적인 감정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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