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취임 100일 ①] "정권엔 강단 있게, 원내 협상은 유연하게"
입력 2021.08.05 00:41
수정 2021.08.05 00:42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100일 분석
'민생 우선' 2차 추경 등에 유연히 대응
원내에서 실질적인 성과와 결실 거둬
소수 야당의 무력감 떨쳐냈던 100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연다. 지난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의 지지로 선출된 김 원내대표는 지난 100일간 현 정권의 무도함에 대해서는 강단 있게 맞서면서도, 집권여당과의 원내 협상에서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기현 원내대표의 지난 100일 성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원내에서 실질적인 성과와 결실을 내면서 소수 야당으로서의 패배주의와 무력감을 떨쳐냈다는 점이다.
지난달 23일 원구성 협상 타결은 지난해 총선 이후 1년 넘게 풀지 못했던 숙제를 해치웠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후반기 법사위원장 이관 약속을 포함해 7개 상임위를 배분받으면서 내실 있게 원구성 문제를 매듭지었다.
김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점한 법사위원장을 "장물"이라고까지 지칭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파열음 없이 원구성 협상이 타결된 점은 놀라운 성과다. 강단과 유연성이 조화를 이뤘기에 대여 협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어느 한 쪽이 성과나 결실을 독식하려 해서는 문제가 풀릴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김 원내대표는 민생 문제에 있어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24일 새벽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여야 간에 큰 파열음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면서도 야당에서 주안점을 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을 최대한 반영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향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벼랑끝에 몰린 현 상황을 고려하면, 2차 추경이 여야 간의 힘겨루기에 휩싸이지 않고 김 원내대표의 '민생 우선' 원내 리더십으로 매끄럽게 통과된 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지난해 총선 이후 개원한 21대 국회 첫 1년과 같이 180석 절대다수 의석으로 무장한 친문 권력 집단이 '부동산 3법' 등을 속도전으로 일방 처리하는 모습은 지난 100일 간의 원내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소수 야당은 패배주의와 무력감을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오만한 친문 권력' 정점 청와대 향해선
두려움 없이 강단 있게 맞선 면모 뚜렷
"밥만 먹을 수는 없다" 靑 오찬 거절
文 면전서 국민 목소리 가감없이 전달
이처럼 원내에서는 '민생'에 방점을 찍고 유연한 협상에 주력했지만, 친문 권력의 정점인 권부(權府) 청와대를 향해서는 두려움 없이 강단 있게 맞서는 면모가 눈에 띄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30일 김기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청와대에서는 오찬을 먹으러 오라고 제안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제의를 전달받은 김 원내대표는 "아무 내용도 없이 밥만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거절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라면 사전에 의제를 확정해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본령이며, 아무 의제 없이 들어가 밥먹는 사진만 함께 찍히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실제로 이후 5월 26일에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으로 청와대 회동에 초청받자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왼쪽 자리에 앉아 면전에 대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마스크는 언제 벗을 수 있는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국민의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지 등을 전달한 뒤 △임기말 성과에 쫓겨 북한과 원칙없는 대화를 추진하지 말 것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을 반복 추천해온 인사 라인 교체를 검토할 것 △대선 관리를 공정하게 할 것 등을 주문하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17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도 김기현 원내대표는 현 정권의 4년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특히 법치가 붕괴된 현실을 질타했다.
"법무부 장관은 형사피고인 신분인데도 임명되고 법무부 차관은 택시기사의 목을 졸라도 임명된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법치가 없다. 법치가 있어야할 자리에 '문치'가 있을 뿐"이라는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사이다 명연설'로 평가받으며, 국민들 사이에서 도합 백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회자됐다.
교섭단체대표연설서 법치 붕괴 질타
'사이다' 회자되며 조회수 백만 넘어
"피고인이어도, 택시기사 목 졸라도
장차관 임명…대한민국엔 '문치' 뿐"
현 정권 아래에서의 법치 붕괴를 겨냥해서는 말로만 '질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도 뒤따랐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의 '마지막 타자'를 맡았다.
릴레이 시위는 주호영 전임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월에 시작됐는데, 사령탑이 바뀌고서도 TF가 유야무야 흐지부지되지 않고 후임자가 넘겨받아 도합 102일 동안 이어간 뒤 끝을 맺는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보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끝맺는 자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해 "서울 강남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아들 부부를 호화 공관에 무상거주하게 하고, 변호사 며느리를 위한 공관 만찬을 열어줬다"며 "정권의 눈치를 보며 후배 판사 탄핵 거래를 시도하고서도 전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우리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사법의 수치"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1인 시위는 오늘로 마무리되지만, 사법정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부를 사유화하고 법치를 유린한 거짓말쟁이 김명수를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앞서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에 도전하면서 제갈량을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17년에 걸친 정치 현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만한 힘자랑에 빠진 거대 여당에 맞서 제갈량의 지략으로 국민 승리를 견인하겠다"며 "살아있는 현 권력에 대항해 싸울 때는 단호하게, 우회할 때는 슬기롭게 우회할 줄 아는 지략형 야전사령관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임기 3분의 1에 상당하는 지난 100일 간의 행적과 성과를 보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강단 있게 맞선 모습과 원내 협상에 있어서의 민생 우선의 유연성 등으로 이같은 자신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할 일은 여당과의 협상을 잘해서 야당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잘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상임위원장 재분배와 함께 법사위원장을 후반기에는 가져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은 원내대표로서 협상을 원만하게 해냈다고 보여진다"며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더라도 전혀 아깝지가 않을 정도로 잘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