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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취임 100일 ②] "조율의 마술사…국민의힘을 화합으로"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08.06 00:33 수정 2021.08.06 00:36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100일 분석

갈등·반목 사라지고 정권교체 '원팀'

홍준표 복당 문제 등 원내 민감한 사안

충분한 사전 조율로 파열음 없이 처리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오는 7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지난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의 지지로 원내사령탑에 오른지 100일이 된다.


여야 원내 협상이나 교섭단체대표연설 등은 행동과 결과물이 있어 쉽게 눈이 보이는 성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진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소리소문 없이 맺은 결실'들이다.


김기현 원내대표 취임 100일간 국민의힘 내에는 이렇다할 갈등과 반목이 없었다. 분열은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려 누구나 분열 상태라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지만, 화합은 조용하다보니 마치 당연한 상태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보수정당이 이처럼 내부 갈등이나 반목 없이 정권교체의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게 '당연한 상태'인 것은 결코 오래되지 않았다. 이에는 원내 구심점인 김기현 원내대표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된 대표 사례로는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가 꼽힌다. 홍 의원은 복당은 의원들 사이에서 굉장히 민감했던 사안이었다. 심지어 당이 깨질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홍 의원의 복당은 특별한 당내 반발이나 파열음 없이 매끄럽게 이뤄졌다. 복당 결정 자체는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내려졌지만, 김기현 원내대표가 그에 앞선 대표권한대행 시절부터 홍 의원 복당을 둘러싼 의원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사전에 조율하고 조정해왔던 결실이라는 평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를 정면으로 의원총회에서 의제로 다룬다든지 하는 방식은 슬기롭지 못하다고 봤다. 그 대신 자유발언을 통해 자연스레 분위기를 환기하는 시도가 있었다.


누가 봐도 홍 의원과 '좋은 인연'이라고는 할 수 없는 한 의원이 뜻밖에 복당 찬성 의견을 내자, 김 원내대표가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야권통합으로 대선에 승리해야할 큰 그림의 과정 속에서 잡음이 일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물흐르듯 이뤄진 복당 과정을 보며 김 원내대표를 가리켜 "타협과 조정, 조율의 마술사"라 칭한 의원도 있었다.


'파격' 이준석 체제 순항에도 金 역할 커
안정적 당직 인선 이뤄지도록 뒷받침
100% 재난지원금 지급 등 고비 때마다
내홍 번지기보다는 조용하게 수습시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11 전당대회로 신임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지도체제가 순항하는 것에도 김기현 원내대표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준석 대표의 선출이 현실화되자 당내에서는 주요 당직 인선이 과연 순조롭게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후 인선 결과를 놓고보면 '넘버 투'인 김 원내대표의 숨은 뒷받침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추론하기는 어렵지 않다.


당헌·당규 개정으로 원내대표 러닝메이트에서 당대표 지명직으로 바뀐 정책위의장에는 김도읍 의원이 임명됐다. 김도읍 의원은 김기현 원내대표의 부산동고 선후배다. 당대표비서실장은 울산에 지역구가 있는 서범수 의원이 맡았다. 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같은 울산 지역구인 김 원내대표를 밀었다.


이준석 대표에 의해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된 성일종 의원은 당초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지명해야하는 정책위의장 하마평에도 오르내렸을 정도로 김기현 원내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다. 결과적으로 파격적이었던 이준석 대표 체제가 조기에 안착하는데에는 김 원내대표의 뒷받침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자칫 내홍으로 번질 수 있던 사안들을 연착륙 시키는데에도 김기현 원내대표의 공이 컸다. 이준석 대표의 전당대회 핵심 공약이었지만 당내 일각의 거부감이 심했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명칭 대신 공직후보자 역량강화TF라는 보다 세련된 이름의 당내 기구로 변모해 출범했다. 이러한 명칭 결정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긴밀히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준석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합의하고 돌아왔을 때에는 당내에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원론적으로 추경안은 원내 사안이기 때문에 김기현 원내대표가 '영역 침범'이라며 정색을 하면 투톱 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당내 몇몇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이미 포문을 연 국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일을 크게 벌리기보다는 조용하게 매듭 짓는 편을 선택했다. 김 원내대표는 송 대표를 만나고 돌아온 이 대표와 밤 9시부터 심야 회동을 가지면서 이 문제를 수습했다. 김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반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 심야 회동의 분위기는 '반발'과는 사뭇 달랐다. 모 의원은 "내가 지금 천사를 보고 있는 것이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화합, 여야 협상 점수보다 중요
金 덕에 지도부 중심 잡고 나가는 부분
사심 없이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이
지도체제 안정에 긍정적 효과 가져와"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4월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손을 들어 올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조용한 뒷받침은 6·11 전당대회로 새로운 지도체제가 수립되면서 김기현 원내대표가 스스로 마음을 먹은 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전국을 다니며 당 이미지를 좋게 바꾸는데 주력하시라"며 "당내 골치 아픈 문제들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에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잡음을 진화하고 최소화하는 역할은 빛은 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김 원내대표가 이를 자임하면서 당의 화합 유지와 지도체제 안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안정됐기에 이준석 대표도 지방 일정, 당밖 대권주자들의 입당 추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 당이 예전처럼 시끄럽고 소란스런 집구석이었다면 과연 저렇게 (대권주자들이) 하나둘씩 들어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야 협상에서의 높은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준석 대표와의 호흡 문제인데, 김기현 원내대표가 많이 인내하면서 당대표를 예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준석 대표를 잘 커버해주고 엄호사격을 해주는 모습 덕분에 지도부가 중심을 잘 잡고 나아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난지원금 100% 지급과 관련해서도 원내대표가 정색을 하고 공개적으로 월권이라고 했더라면 문제가 커졌을 것"이라며 "꾹 참고 여러모로 현명하게 처리했다"고 칭찬했다.


나아가 "'넘버 투'인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일 같으면서도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심 없이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 것이 지도체제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라고 정리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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