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황교안 "정치 실패하지 않았던 사람 없다…실패도 스펙"
입력 2021.07.02 02:03
수정 2021.07.01 23:04
"도전하다가 실패했다고 해도
도전 안한 것보다는 나은 스펙
지난 실패를 내 책임으로 여기고
'내가 죄인'이라 말하며 성찰했다"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해 4·15 총선 패배 책임론이 여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실패도 스펙"이라고 일축했다. 2019년 당대표를 지내던 시절의 이른바 '강경투쟁'을 성찰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광화문에 나온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민을 지키는 게 강경보수라면 나는 강경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황교안 전 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전날 연세대에서 '초일류 정상국가'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 과거 자신의 대학입시·사법시험 경험을 거론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두 번 실패는 없었다'고 강조했던 황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 패배 책임론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황 전 대표는 "입시도 취업도 많이들 실패하지 않느냐"며 "정치를 하면서 실패하지 않았던 사람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은 실패라고 말하지 말고 스펙이라고 말하자는 사람"이라며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했다고 해도 도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스펙"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황 전 대표가 가장 목소리를 높여 반박한 대목은 2019년 당대표를 할 때의 장외집회 등 이른바 '강경투쟁'에 관한 부분이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국민이 먼저 광화문에 나온 것이다. 2019년 10월,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가득 차지 않았느냐"며 "국민들이 정부에 항의하는데 제1야당이 책상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어야 했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폭정을 이어가는 정부에 집회·시위의 권리를 행사한 게 강성 보수라면 현 정부가 하는 것은 극좌파의 행태"라며 "국민을 지키는 게 강경보수라면 나는 강경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이날 황교안 전 대표와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 비전을 밝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많다. 왜 황교안이어야 하는가.
"지금 나라가 어렵지 않은가. 보통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경험이 필요하고 국민의 삶을 아는 그런 리더가 필요한 때이다. 나는 입법·사법·행정의 삼부를 경험한 사람이다. 책임자로서 가야할 길을 알고 있고 해결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법무장관으로서도 내 역할을 다하려 애를 썼고 그 뒤에 총리와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도 국가위기상황에 대처했다. 위기 상황에서 내가 내 몫, 책임을 다하겠다.
당대표로서 입법까지 동참했던 경험을 살려서 빠른 시간 안에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고 국민의 삶이 힘들지 않도록 만들어가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 그런 면에서 국가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출마 선언을 하게 됐다."
- 어제 '이전의 황교안은 죽었다'고 했다. 지난 총선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국민들이 우리가 부족해서 총선에서 의석을 주지 않으셨다. 그 책임은 다 내게 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큰길을 가고 있다. 나의 부족함은 철저하게 고치고 장점은 살려서 결국 국민을 지키는 길을 가야 한다. 과거의 나는 죽었고 성찰을 통해서 바뀐 내가 그런 각오를 다지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정책을 가지고 나라 살리는 길로 나가겠다."
- 강경투쟁은 반성했나.
"무얼 강경투쟁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 강경투쟁이라고 말한다면 2019년 일련의 과정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2019년도로 한 번 돌아가보라.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었다. 선거법까지 무도하게 개정을 하고 공수처라고 하는 말도 안되는 검찰개악을 하고 있지 않았나.
공정과 정의를 상징한다는 조국을 세웠다가 민낯이 드러났는데도 거짓말과 남탓, 내로남불을 하며 버티다가 국민의 힘에 의해 쫓겨나지 않았나. 그게 2019년 상황이다. 원내에서 물밑협상도 했지만 협상은 시늉 뿐이었다. 결국 자기들 뜻대로 가기 위한 시간벌기였다.
우리가 정책을 얘기했지만 국민들에게 전달되지도 않았다. 정책을 내놓은 정당은 우리 당밖에 없었다. 선거 공약들은 내놓았지만 평상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냈던 당은 우리 당밖에 없다. 투쟁도 했고 정책도 만들었고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한 원내 협상도 계속해왔는데 반민주적으로 무도하게 가고, 4+1 협의체라는 엉터리 조직으로 법이라는 이름을 가장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을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국민이 먼저 광화문에 나온 것이다. 2019년 10월,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가득 차지 않았나. 사람이 많아서 서소문으로, 종로로 빠져나가고 지상 뿐만 아니라 지하에도 사람이 가득 차서 운신할 수 없을 정도 아니었나. 한 분 한 분이 국민이었다.
그분들이 정부에 항의하는데 제1야당이 책상에 앉아서 무도하게 법을 통과시키는 그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나. 이게 어떻게 강경보수인가. 그걸 왜……(헛웃음 지으며 말을 잇지 못함). 국민을 지키는 게 강경보수라면 나는 강경보수의 길을 가겠다.
내가 장외집회할 때 범법한 일 없다. 과거 민주당은 할 때마다 불법이 있었다. 나는 그걸 단속했던 사람인데, 우리가 불법한 게 뭐 있나. 하나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강경투쟁인가. 집회·시위는 국민의 권리다. 폭정을 이어가는 정부에 국민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그것을 강성 보수라면 정부가 하는 것은 극좌파의 행태인가. 우리가 말의 놀음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계셨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서 다른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이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같은 분들은 빨리 당에 들어오라는 입장인데, 대표도 같은 입장인가.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은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모든 분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 윤석열 총장도 들어오고 최재형 원장도 들어오고 다 힘을 모아야 한다.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다. 합당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함께 뭉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사람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하시는 것이다. 이 정부의 독주와 검찰개악을 막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총선 패배 책임론이 여전히 크다. 시험은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서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지만, 정치는 국민들이 기회를 줘야 한다. 국민이 다시 기회를 주리라 기대한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가.
"정치를 하면서 실패하지 않았던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동서고금을 통해서 한 명도 없다. 오히려 그 실패가 나를 돌아보고 나의 부족한 점들을 살려서 내가 뜻했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모멘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은 실패라고 말하지 말고 스펙이라고 말하자는 사람이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했다고 해도 도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스펙이라고 생각한다.
입시도 취업도 많이들 실패하지 않나. 2~3년 실패한 경험은 일류 대학에 들어가서 마치는 것보다도 더 평가해줘야 한다. 해외연수보다도 더 평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패했는데도 반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없지만 나는 정말 지난 실패를 내 책임으로 생각하고 내가 죄인이라고 말하면서 성찰을 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좋겠지만 이 나라는 점점 잘못돼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어서 그냥 있을 수 없어 책임을 다하려 다시 일어서겠다는 것이다."
- 지지율이 당대표을 지낼 때는 범야권 1위도 할 정도로 높았지만 지금은 중위권이다. 다시 지지율을 올릴 복안이 있나.
"지지율이라고 하는 것은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상당 기간 지지율 1위였지만 그 뒤에 바뀌었다. 다른 경쟁자들도 그랬던 일들이 있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나는 지지율이 아니라 피폐해져가는 민생을 하나하나 잘 챙기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생각한다. 그것을 잘하면 국민들이 나에 대해서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정 전반에 있어서 입법·사법·행정을 책임자로서 경험했다. 지금 이 나라는 말이 아니라 실력이 필요한 때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그동안의 역량을 쏟아부어서 나라를 되살리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되살려내는 일들을 해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 말씀을 드렸다."
- 출마할 때 원내와 교감이 있었나.
"당내 인사들과는 늘 교류하고 교감하고 있다. 나라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우리 당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그 일환이다."
-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낸 유일한 대권주자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이 어찌해야 한다고 보는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고유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과거에 없던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속, 연세가 많은 분들인데 이런 사례가 없었다. 없었던 일들이 장기화되고 국민들 중에 걱정하는 분들이 생긴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사면도 있고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4년 3개월이 넘은 것 같은데 이제는 정리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사면의 필요성을 적극 검토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