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자기 책 실수는 '내로남불'?…신학용 대신 김학용 쓰고서도 '페북 사과'
입력 2021.06.27 10:03
수정 2021.06.27 10:03
'조국의 시간'에서 '입법로비 사건' 언급하며
여권 신학용 대신 국민의힘 김학용 이름 적시
"페북 '미안하다' 한줄…내게 정식 사과 없어
자신 허물은 어쩜 이리 관대하냐…내로남불"
모 언론의 삽화 실수를 탓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작 자신의 자서전 '조국의 시간'에서 금품 로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권 인사 대신 국민의힘 전직 의원의 이름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조국 전 장관에 의해 피해를 당한 김학용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책 '조국의 시간' 50 페이지에서 이른바 '입법 로비' 사건을 언급하면서 해당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신학용 전 의원 대신 김학용 전 의원의 이름을 기재했다. 조 전 장관은 "'입법로비 사건'에서…(중략)…신계륜·김학용·김재윤 세 국회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불구속 기소됐다"고 썼다.
'입법로비 사건'은 특정 직업전문학교의 교명을 변경하는 법안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등을 수수한 사건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신계륜·신학용·김재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책에서 인천 계양갑을 지역구로 하면서 열우당·민주당 후보로 17~19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된 신학용 의원 대신 경기 안성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로 18~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김학용 의원의 실명을 적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김학용 전 의원은 "동명이인도 아니고 나와는 성씨도 다르고 당도 다른 사람인데 기본적인 이름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니 황당할 노릇"이라며 "조국 전 장관으로 인해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느닷없이 금품 로비를 받은 비리 정치인으로 둔갑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것은 엄밀히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이고 명예훼손"이라며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고 유권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정치인에게 졸지에 테러와도 같은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조국 전 장관은 모 언론이 자신과 관계없는 대목에서 자신과 관련한 삽화를 싣는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에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책에서 스스로 빚은 잘못에 대해서는 지난 24일 출판사의 사과와 내용 수정 공지를 SNS 공유하며 "나 역시 대단히 죄송하다"는 글을 한 줄 추가했을 뿐, 김학용 전 의원에게 직접 어떠한 정식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용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북에 '미안하다'는 사과 한 줄 달랑 언급했을 뿐, 당사자인 내게 그 어떤 방식의 정식 사과도 없었다. 전화는 커녕 카톡이나 문자 하나 보내지 않았다"며 "남의 허물은 잘도 탓하면서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어쩜 이렇게 관대한지 모르겠다. 결국 이번 사안도 역시 '내로남불'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모 언론의 조 전 장관 관련 삽화 실수에 대해 여권은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는 이유로도 공박하고 있다. 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몇 줄짜리 사과문으로 넘어가려는 뻔한 속셈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으며, 김종민 의원은 "비수로 사람을 찌르고 사과한다고 범죄 행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김학용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에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 진지하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페북 한 줄'로 넘어가려 할 경우, 자신 또한 조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을 따져묻겠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안성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이규민 의원에게 석패했으나, 최근 이규민 의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으면서 국회의원 재선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전 의원은 "사실 나는 지난 총선에서 상대 후보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선거공보물에 실어 유포한 탓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을 겪었다"며 "허위사실 유포의 피해 트라우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은 어물쩍 페북 한 줄로 넘어가려 하지 말고 진심을 담아 진지하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내가 입은 상처와 피해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이러한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나 역시 조국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을 따져물을 수밖에 없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