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몸속의 '벌레'"...국민의힘,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총공세
입력 2021.02.09 11:49
수정 2021.02.09 12:13
거짓말 논란에 직권남용·공공기록물 폐기·인사농단 의혹까지
총공세 나선 국민의힘…"권력 눈치 김명수, 이미 대법원장 아냐"
"사자는 내부에 벌레 생겨 부패…법원의 벌레 되지 말고 물러나라"
김종인 "이토록 무능·비양심 대법원장 있었나…사퇴가 죄 더는 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임의로 반려하는 과정에서 '법관 탄핵 추진' 언급 여부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빚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이 이미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거짓말 파문'에 더해 김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직권남용 의혹'과 '공공기록물 불법 폐기'로까지 이어졌다.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본인 임명 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 앞서 임성근 부장판사로 하여금 야당 의원들에 대한 로비를 부탁했으며, 야당 의원 리스트를 작성해 대법원장 청문회 준비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또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와 관련된 문건들을 김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의 국회 통과 직후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 준비팀의 업무자료는 '공적 업무 자료'로 치부되는 만큼, '공공 기록물 폐기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전혀 소금이 아니다"며 "중립성과 독립성을 잃고 권력과 탄핵 거래를 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의중을 받든 대법원장은 이미 대법원장이 아니다. 판사로서도 그런 판사는 안 되는 것"이라고 김 대법원장을 겨냥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을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 즉 '사자 몸속의 벌레'에 비유했다. 그는 "사자가 죽으면 무서워서 밖의 다른 짐승은 못 덤비는 반면 사자의 내부에 벌레가 생겨서 부패하고 만다"며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사자신중충'이 되지 말고 조속히 물러나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김 대법원장의 재임 기간 동안 문재인 정권의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지속적으로 단행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법원의 인사가 얼마나 공정을 잃고 편파적이었는지 보라, 3년이 지나면 교체가 원칙인데도 남겨둔 인사가 있는 반면 권력의 심기를 거스른 판사들은 다 쫓아버렸다"며 "김 대법원장이 있는 한 권력과 관계되는 재판에 있어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 사법 신뢰의 붕괴"라고 꼬집었다.
국회에서 가결된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심판의 주심으로 민변 회장 출신의 이석태 헌법재판관이 지명된 것을 두고도 주 원내대표는 "이석태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물러가라'는 성명을 많이 냈고,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한 사람을 대법원장이 추천한게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막상 대법원 앞에 있으니 추락하고 있는 대법원의 위상을 실감했다"며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대법원의 독립성을 버린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 계속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지 깊은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전날 전직 변협 회장 8인이 김 대법원장을 향해 "헌정사의 치욕"이라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던 것을 거론하며 이 정책위의장은 "사법부를 치욕의 역사로 전락시킨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자격이 없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고 즉각 사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초대 대법원장의 가인 김병로 선생의 손자인 김종인 위원장은 할아버지의 일화를 소개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피땀으로 이루고 역사를 통해 지켜낸 사법부의 독립이 오늘과 같이 처참하게 농락당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이승만 정부 시절 김병로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향해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사법부 수장다운 강기를 보였고, 박정희 정부 시절 조진만 대법원장은 선고 기일을 연기해달라는 행정부의 요청 공문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법관들이 소신 있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 되어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떤가, 입법부의 로비스트가 되어 이른바 '탄핵 거래'를 하고 국민에게 수차례 거짓말을 일삼고, 그것이 드러났는데도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한다"며 "법률과 양심 앞에 오직 진실만을 증언토록 해야 할 법관의 자격조차 상실한 태도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이토록 무능하고 비양심적인 대법원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현대사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오늘까지 대한민국을 유지해 온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아무리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여도 존엄과 권위를 유지한 사법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쇼펜하우어는 '명예는 밖으로 드러난 양심이요, 양심은 내부에 깃드는 명예'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명예가 있다면 속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역사와 국민 앞에 조금이라도 죄를 더는 길"이라고 다그쳤다.
사법부를 향해서도 김 위원장은 "사법부 스스로 대법원장의 거취를 따져 묻고 작금에 무너진 자존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이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