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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콘크리트 지지 안 보이나"…野 후보간 신경전 자제 목소리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1.02.09 06:30
수정 2021.02.09 10:08

'10년 쉰 분', '나경영', '그 나물에 그 밥' 등 수위 높은 표현 잇따라

'나경원·오세훈 vs 안철수', 김명수 대법원장 관련 설전 벌이기도

지도부도 쓴소리…"영향 생각하며 경쟁하라", "이기고픈 마음 있나"

"치열함 모르는 바 아니지만…與와 비교 안 되게 촉각 곤두세워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왼쪽부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동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영선 '콘크리트 지지율'이 보이지 않나. 합심해서 힘을 모아도 모자를 판에 우리끼리 비방전이라니..."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야권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을 두고 내뱉은 혹평이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본경선에 돌입한 만큼 상대 후보를 향한 건전한 비판과 정책적 경쟁은 지향해야 할 바이지만, 상대를 비하·조롱하는 듯한 표현이 오가는 등 과열 양상이 감지되자 조기에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예비후보들은 각 후보에 대해 가시 돋힌 발언을 쏟아냈다. 오세훈 예비후보는 나경원 예비후보를 겨냥해 " '강성보수' 황교안·나경원 투톱 운영의 당 결과가 지난해 4·15 총선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유권자들이 많이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나 후보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오 후보를 향해 '10년을 쉰 분'이라 지칭해 "10년을 쉰 적이 없고 굉장히 바쁘게 살았다"는 오 후보의 반박을 불러온 바 있다.


조은희 예비후보는 이날 나 후보와 오 후보 모두를 향해 '10년 전 그 때 그 사람들',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식상한 메뉴를 다시 차려 놓으면 서울시민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오신환 예비후보 또한 지난 주말 나경원 후보가 청년과 신혼부부에 최대 1억 1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자 그를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에 빗대 '나경영'이라 부르며 비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각 후보들이 무슨 말씀을 하시고자 하는지는 잘 알겠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지나친 표현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일반 국민들은 각 후보 발언의 전체 맥락을 꼼꼼하게 보기 보다는 눈에 띄는 단어 몇 가지만 훑어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전체적으로 톤다운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후보들과 당 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 측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최근 '거짓말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지난 2017년 국회에서 가결될 당시 국민의당의 찬성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중점이 됐다. 안 후보는 당시에도 국민의당 대표로 재임 중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이다. 안 대표가 야권 후보로 열심히 뛰는 게 참 모순적인 형국"이라 지적했고, 오세훈 후보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단연코 안철수 후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이제 와서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얘기한다. 도대체 안철수 후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비난했다.


두 후보의 비난에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즉각 맞받아쳤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전횡에 대항해 대안을 가지고 견제할 수 있는, 그리고 다수의 시민 지지를 받는 후보가 '야당단일후보의 자격'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나·오 후보는 비합리적인 남탓으로 돌려까기를 잘하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는 당시 원내 의원들의 토론과 논의를 존중했을 뿐"이라며 "국민의힘의 두 후보에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문제와 해결방법에 접근하시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권을 지지하는 모든 분들을 정중하게 대하실 것으로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 지도부는 확전으로 치닫는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 각자가 하는 이야기가 당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경쟁하라"고 주문했다.


정원석 비상대책위원도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 경선 과정 내 과열된 경쟁과 네거티브를 바라볼 때 과연 우리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의심된다"며 "희대의 성범죄를 저지른 집권여당의 만행으로 치르게 된 보궐선거다. 그 와중에 당내 후보만 되면 되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내부고발과 내부총질이 국민에 보답하는 길인지 후보들이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 위원은 "우리가 싸워야 할 거악은 궁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의 무책임한 행태와 내로남불로 얼룩진 부정의한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초심을 다시 찾으시고 내부 경선 과정에서 정책과 대안, 그리고 비전으로 국민께 올바른 모습으로 철저히 경쟁하고 선택받는 과정을 거치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마치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야당이 보란듯이 범여권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당내 경선부터 단일화 문제까지 '합의'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고, 청와대부터 당을 거쳐 후보 개개인까지 내부적으로 정리가 깔끔한 인상"이라며 "경선에 임하는 후보들의 치열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경선 일체의 과정 자체가 상대 진영과의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민의힘 경선 과정이 민주당과 항상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잊지말고, 지도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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