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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의 저격] 문재인 정부, 변창흠 임명으로 '인간의 품격' 까지 상실할까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2.24 07:00
수정 2020.12.24 05:19

20세 청년 사고사에 "걔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우리 국민 죽음 '정치적 리스크' 치부하는 인사가 장관이라니

이런 장관 임명하는 나라가 文이 외쳤던 '사람 사는 세상'인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유무능 떠나 인간의 도리 갖춘 사람 앉혀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무위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율배반과 내로남불형 인간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 시대에 이런 사람이 국무위원이 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를 향해 외친 일성이다. 오죽하면 한 나라의 국토교통부 장관이 되고자 하는 인사의 자질과 적격성을 심사하는 인사청문회 자리에 이 같은 성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을까.


보통의 청문회장에서 야당 의원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청문회를 받는 후보자부터 여당 청문위원들 모두 가만 있지 않고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테지만, 이날 청문회장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21대 국회 들어 거대의석을 바탕으로 야당의 지적따윈 개의치 않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청문위원들이 이날만큼은 압도적인 입을 보유하고도 이렇다하게 반발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촉발시킨 논란과 국민의 분노는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적격·부적격 및 능력 보유 여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인성과 품격을 의심케 만들었다.


변 후보자는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임하던 2016년 6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거론하며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걔(사망자)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발언도 함께였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어떤 사고인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20세 청년 김 모군이 월 144만원이라는 저임금을 받으며 2인 1조도 채우지 못했던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지하철 선로서 홀로 작업을 하다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이는 처참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참변이다.


끼니를 제 때 챙겨먹지 못해 항상 가방 속에 컵라면을 지니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진, 힘든 근로조건 아래서도 근무하던 업체가 서울메트로의 자회사가 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었던 한 청년이 미처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한 사고다.


변 후보자에게는 그런 한 대한민국 20세 청년의 죽음이 "걔만 아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시장이 공격 받고 있는 중"이라는 '정치적 리스크' 정도로 치부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후보자를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기어이 장관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 만 20세의 산재 희생자를 향해 '걔'라는 표현을 써가며 막말을 퍼붓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못 사는 사람들'이라 표현하는 변 후보자 같은 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는 대한민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추구하던 '사람 사는 세상'인가.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정부라면 정치적 유무능을 떠나 최소한의 인간적 품격과 도리는 갖춘 인물을 앉혀야 되는 것 아닌가. 차라리 김현미 국토부장관을 유임시키는 것은 어떨까. 부동산 시정엔 무능했을지라도 국민의 죽음까지 매도하는 지저분한 인성을 가진 자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서 과거의 막말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전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당사자에 사과하겠다고 찾아간 것이 그마저도 구의역 김 군이 아니라 태안화력발전소의 사고 희생자 故 김용균 씨의 모친이었던 전날의 어처구니없는 행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 인간으로서 정말 최소한의 염치가 있는 인물인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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