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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 우리 군 확성기 방송 못하게 '대못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12.13 05:00
수정 2020.12.13 07:56

본회의 상정 앞둔 개정안에 '독소조항' 한가득

'명분' 내건 접경지역 주민 보호와 관련 없는

중국 등 제3국 거쳐 북한에 전단 반입도 처벌

태영호 "국군의 심리전 자산 무용지물…황당"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본회의 상정을 앞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에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등 '독소조항'이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심리전 효과가 탁월해 우리 군의 전략적 '카드' 중의 하나인데, 국회가 법률로 군의 손발을 묶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본회의 상정을 앞둔 대북전단금지법에 더불어민주당이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금지를 추진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뿐만 아니라 대북 확성기 방송·대북 전광판 운용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나아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전단을 들여보내는 행위마저 모두 처벌 대상으로 규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접경지역 주민 보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까지 모두 금지해 개정안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신설되는 제24조 1항에서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지한다'며, 1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2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 게시'를 열거했다. 정작 '전단 등 살포'는 3호에 규정됐다.


그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해 대북 방송을 하거나, 전광판을 통해 시각매개물을 게시한 것은 우리 군 뿐이다. 민간단체는 고정시설물인 확성기나 전광판을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하거나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금지 조항은 사실상 우리 군을 표적 삼아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광판 운용을 하지 못하게끔 하는 규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노무현정권 때인 지난 2004년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돼 있던 대북 확성기와 전광판을 모두 철거했으나, 지난 2015년 8월 북한이 DMZ에 목함지뢰를 매설해 우리 군 부사관 2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만행을 저지르자 확성기를 다시 설치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 적이 있다.


북한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8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자,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는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당시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유감까지 표명했다.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재개됐다. 김정은의 배우자 리설주의 사치 행각 등 북한에서 절대 금기시돼 있는 내용이 북한군 일선 장병들에게 전달되는 관계로, 북한이 항상 우선적으로 중단을 요구해 남북관계에서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결정할 수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광판 운용을 굳이 법률로 금지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광판 운용이 필요할 때, 우리 국회에서 만든 법률로 우리 군이 처벌당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리 군 장병들이 지난 2018년 5월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교하소초에서 '4·27 판문점선언' 후속조치로 민간인 통제구역내 임진강변에 설치되어 있는 고정형 대북 심리전 확성기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치 접경지역에서의 풍선을 통한 대북전단 살포만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북전단금지법의 '독소조항'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제4조에는 6호를 신설해 '살포'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전단 등을 북한의 불특정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한다)시키는 행위'로 이를 규정했다.


접경지역에서 풍선을 띄워 전단을 살포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북한 내로 반입시키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전자는 북한이 풍선을 띄우려 하는 접경지역을 선제타격해 우리 국민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후자는 왜 금지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밀어붙이면서 내세웠던 명분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재산 보호는 말 뿐이고, 실제 이 법의 목적은 북한의 체제 보장과 '김씨 일가' 모독 방지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같은 '독소조항'이 대거 담긴 대북전단금지법은 오는 13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와 의결이 이뤄지면, 직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태영호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면 우리 군이 활용해온 대북 확성기 방송이 무용지물이 될 판"이라며 "우리가 스스로 우리 군의 손발을 묶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 시행된다면 대한민국 국회가 만든 법에 의해서 국군이 심리전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며 "최악의 경우, 우리 군이 처벌을 받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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