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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쩐의 전쟁...‘빚투’ 몰린 테마주 한탕 주의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12.10 05:00
수정 2020.12.10 10:01

신용거래융자 18조원 돌파, 연일 최고치 랠리...연초 대비 2배 넘게↑

빚내 산 주식은 대부분 변동성 높은 테마주...“종목보다 시장 베팅해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700선을 돌파하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신용거래융자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변동성이 높은 단기 투자에 쏠리고 있다. 빚투와 테마주 단기 베팅이 맞물려 향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과 함께 주식시장 과열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11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18조57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초 9조2072억원에서 2배 넘게 급증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가 9조4120억원,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는 9조1613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주가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잔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 3월 25일 6조4075원까지 줄어든 뒤 5월 증시 반등 기대감이 커지자 10조원대를 회복했다. 9월 중순부터는 17조원을 돌파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현상이 가열됐다.


증시가 큰 폭 오르며 저가 매력이 줄어들자 단기 수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4.54포인트(2.02%) 오른 2755.47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9일 기준 신용잔고율이 5%를 넘는 종목은 378개에 달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빚을 내 단기 매매에 적합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바이오 업종 등 코로나19 관련주와 정치 테마주,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신용비율 상위 종목을 보면 ‘안철수 테마주’인 써니전자의 신용비율이 12.13%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하락장에서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코스닥150선물(11.45%)이 신용비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어 한익스프레스(11.43%), 콤텍시스템(10.96%), 세우글로벌(10.54%), 유니온머티리얼(10.25%) 순이다. 물류회사인 한익스프레스와 아이티센그룹 계열사인 콤텍시스템은 코로나19 재확산 수혜주로, 희토류 관련 업체인 유니온머티리얼은 미·중 갈등 수혜주로 각각 거론된다. 세우글로벌은 ‘홍준표 테마주’로 분류돼 있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에 상장돼 있지만 시가총액이 900억~1000억원 사이로 비교적 규모가 작아 주가가 출렁일 공산이 더 크다.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비료·농약제조 판매 업체인 대유(12.38%)다. 그 뒤로는 한국유니온제약(12.03%), 파워넷(11.96%), 제일바이오(11.81%), SV인베스트먼트(11.81%), 제이티(11.64%)가 잔고율 상위권에 포진했다. 국영지앤엠(11.25%), 에이티넘인베스트(11.03%), 대주산업(11.01%)도 11%를 넘겼다.


한국유니온제약과 SV인베스트먼트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로 꼽히고 있다. 국영지앤엠은 ‘김경수 테마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는 가상화폐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고 대주산업은 세종시 관련주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은 급매물을 불러 투자자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대매매 리스크 우려도 존재한다. 반대매매는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준 뒤 주가가 하락해 담보 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제도다. 반대매매가 늘면 매도물량으로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은 투자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버블 우려와 함께 빚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금지된 가운데 신용융자 잔고는 연일 고점을 경신 중”이라며 “주가는 펀더멘털보다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시가총액은 펀더멘털과 수급이 만드는 시장의 평가로, 이를 고려하지 않는 동일가중 인덱스는 또다른 쏠림 현상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지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속도에 대한 부담감은 언제든 표출될 수 있는 시기로, 기술적 지표로 본다면 현재는 과열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다만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지금과 같이 높아진다면 조정의 폭은 깊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지금은 종목 베팅보다는 시장 베팅이 현실적인 대응 전략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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