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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⑬] 룩원 "가장 소중한 노래는 엠블랙 '녹'·허각 '흔한 이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0.30 00:00 수정 2020.10.3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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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작곡가 룩원(LOOGONE)은 밴드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다. 중학생 시절, 기타리스트 이현석 '학창시절'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멋있어보여서 음악을 하게 된 결정이, 지금까지 악기 앞에 있게 만들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밴드가 해체된 후, 미래를 고민하던 그는 고민 끝에 작곡가로 진로를 변경했다. 데뷔곡은 2010년 SG 워너비 '너는 내 전부'로 이후 거미, 솔지, 박지훈, 허각, 아이즈원, 엠블랙 등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가수들과 작업했다.


현재는 따로 팀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종목에 따라 작업 방식에 변화를 두고 있다. 아이돌, 댄스곡을 만들 때면 텐조, 쌈(SSAM), 무나, 래퍼 키비와 주로 함께 한다. 다만 발라드를 할 때는 혼자 작업을 진행한다. 따로, 또 같이하는 작업의 장단점은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댄스는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보니 가사, 테마, 멜로디에 대해 다른 작곡가들고 의견을 주고 받아요. 아무래도 혼자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게 다채로운 색깔의 곡이 나오더라고요."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곡을 만들 때 많은 작곡가들이 멜로디를 먼저 구성한 후 그 위에 가사를 입히는 순서를 따른다. 하지만 룩원은 가사부터 먼저 구상한 후, 멜로디를 만든다. 가사가 주는 느낌이 멜로디에 더 묻혀나오길 바라서다.


"어떤 작업을 먼저 할 건지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정도인 것 같아요. 저도 멜로디

먼저 써본적도 있는데, 멜로디와 가사가 따로 노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런데 가사나 주제를 먼저 정하면 트랙이나 코드웍, 라인 등에 노래의 분위기가 더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렇게 한 후 후반에 가사를 다 정리해 입히면 조금 더 단정한 하나의 옷이 입혀진 느낌입니다."


룩원은 가사를 중요시하는 작곡가다. 노래 의뢰를 받으면 아이패드를 두고 경치 좋은 카페를 검색해 그대로 녹음실 밖을 떠난다. 작곡 작사 편곡까지 모두 맡아하다보니 녹음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 계절도 모르고 지나가곤 한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보니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건가 싶더라고요. 카페를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기분전환하는 걸 좋아하는데, 곡 작업에 시간이 많이 쏟다보니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게 아이패드 하나 들고 카페를 가는겁니다. 저에게 선물같은 시간이죠. 꼭 경치가 좋은 곳으로 골라 혼자 가요. 커피 한잔하며 풍경을 바라보면 생각이 열리고 여러가지 감정이 들어요."


그에게 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가수의 성향 분석이다. 똑같은 이별 노래를 불러도 10대와 40대가 가지는 감성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가사 안에 자세하게 들어가는 이야기와 묘사는 본인과 주변인들의 경험에서 가져온다.


"예전에는 제 경험으로만 썼는데 소재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여자 가수의 노래가 들어올 땐 여자의 마음을 모르다보니 주변에 많이 물어봤어요. 듣고 가사를 쓰면서 '여자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겠구나'란 새로운 관점의 생각을 하게 됐어요."


룩원이 가장 아끼는 곡은 엠블랙의 '녹'과 허각의 '흔한 이별'이다. 두 곡 다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음악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져다 준 각자의 '처음'이 깃든 노래다.


"작곡가 지망생이었을 때 작가 원테이크와 함께 쓴 곡이 엠블랙의 '녹'입니다. 쓰고 처음으로 만족감이 들었어요. 이 곡은 작곡가가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줬고 힘든 시간을 견디게 만들어줬어요. 이 곡을 당시 제이튠 캠프 이사님이 관심을 보였고, 엠블랙이 부르게 됐죠. 이걸 인연으로 '스테이'(STAY), '모나리자' 등이 수록된 앨범 프로듀서를 했어요. 팀의 프로듀서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곡이라 소중해요."


"허각의 '흔한 이별'은 2018년도에 발표됐는데, 그보다 5년 전에 허각 씨를 주고 싶어서 썼던 곡이었어요. 당시 허각 씨 노래 의뢰를 받고 이제는 독립해서 곡을 써봐야겠다 혼자 처음 작업한 노래죠. 5년 후에 원래 주인을 찾아간 것도 의미가 있고, 혼자서도 작곡가를 해낼 수 있겠구나란 확신이 줘서 소중합니다."


룩원은 박지훈의 첫 번째 미니앨범 '어 클락'(O' CLOCK), '더 더블유'(THE W), 그리고 11월 4일 발표하는 첫 정규앨범 '메세지'(MESSAGE)까지 했다. 그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프로답게 녹음하는 박지훈을 칭찬했다.


"처음에 지훈이 노래 '러브'(LOVE)를 녹음할 때 걱정을 했어요. 워낙 바쁘다보니, 스케줄 끝내고 바로 녹음을 해야 하는 피곤한 상황이었거든요. 과연 녹음을 잘 끝낼 수 있을까 했는데 기우였죠.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였어요. 목소리가 안나와서 모두가 걱정해도 '한 번 더 불러보겠다'고 말하는 친구입니다. 또 음악적인 의견도 많이 줘요. 지훈이 앨범이니까 지훈이 이야기를 많이 수렴하려고 해요."


그는 작곡가 지망생들이 SNS로 연락을 해오면 빼놓지 않고 답장을 한다. 다른 작곡가에게도 똑같은 연락을 할지라도, 글과 음악에서 간절함이 느껴져 외면할 수가 없단다.


"연락을 받으면 메일 주소 받아서 데모를 들어봐요. 얼마나 절실하면 저한테까지 연락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어줍짢은 조언보다는, 음악에 대한 장점을 주로 말해주고 아쉬운걸 보완할 수 있는 정도의 말을 해줘요. 작곡가를 지망하는 친구들이 자신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룩원 작곡가는 과거 히트 작곡가, 차트 1위 곡을 만들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지만 이제는 결과나 차트 중심의 음악보다는, 좋은 음악으로 사회에 선한 기운을 스며들게 하고 싶은 것이 오늘의 생각이다.


"음악을 하면서 제게 주어진 삶 자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룩원에게 곡을 의뢰하면 정말 좋은 곡이 나와'란 말을 듣고 싶어요. 앞으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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