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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력으로 글쎄요"…그럼에도 아이돌은 웹드로 향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09.13 11:00 수정 2020.09.13 09:59

김우석, 휘영, 문빈, 김요한ⓒ티오피 미디어, FNC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위 엔터테인먼트 김우석, 휘영, 문빈, 김요한ⓒ티오피 미디어, FNC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위 엔터테인먼트

웹 드라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연애플레이리스트', '이런 꽃같은 엔딩', '에이틴', '한입만', '연애혁명' 등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해 작품을 선보이며 1020 세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KBS 드라마 제작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와 손을 잡고 '디어엠' 제작까지 성사시켰다. 웹 드라마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는 지표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다.


연기돌들도 TV 드라마가 아닌, 웹 드라마로 눈을 돌린지 오래다. 김우석, 아스트로 문빈, SF9 휘영, 박지훈, 김요한, NCT127 재현 등이 최근 웹드라마 주연을 꿰차며 연기돌의 행보를 걷고 있다. 과거 지상파 미니 시리즈로 연기돌 신고식을 했지만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에 발 맞춰 화제성과 인지도를 잡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지상파나 케이블 드라마로 무대를 옮길 때, 웹 드라마에서의 경력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는 한 편 당 1시간인 미니시리즈와 20분 정도인 웹 드라마의 러닝타임 차이, 제작진의 경력, 제작비로 인해 벌어지는 촬영 환경 등 여러가지 이유가 적용된다.


먼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TV 드라마와 비교해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된 웹 드라마를 통해 배우의 연기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드라마 제작사나 소속사 관계자들은 웹드라마는 연기력 보다는 어떤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는지와 분위기 파악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었다.


장편을 제작하는 연출자나 제작진은 웹 드라마로 배우의 연기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적어 웹드라마 경력 자체의 평가가 낮은 건 사실이다. 배우로 추천을 받을 경우만, 앞서 출연한 웹 드라마를 검색해서 확인하지,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적인 제작진이 TV 드라마 위주로 포진돼 있는 것과 예산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플랫폼과 자본을 갖춘 카카오 TV는 최근 단편영화를 제작한 김동하 감독,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박신우 감독, '회사가기 싫어'를 연출한 서주완 감독 등을 기용했지만 보통의 웹 드라마 제작사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현장에는 노련한 경력을 가진 제작진 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거나 패기를 가지고 있는 젊은 피들이 많다. 아직 많이 알려진 제작진이 아니기 때문에 캐스팅 문의 할 때 경로를 알음알음 찾는 정도다.


한 드라마 작가는 "규모와 하는 일, 또 이야기의 호흡, 깊이 등 웹 드라마와 TV 드라마는 차이가 조금 있다. 시청층 자체가 다르니 출발점부터 다르다. 웹 드라마 작가를 하다가 방송국으로 오는 게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경력 자체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웹과 방송국이 합작해서 넘어노는 경우가 아닌 이상, 많이 찾아볼 수 없다"고 TV와 웹 성향에 따른 전문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웹 드라마 입장에서는 연기돌을 기용하는 것에 예산과 인식 문제를 거론했다. 소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 기존 배우들의 출연료를 맞추기는 어려울 뿐더러, TV, 넷플릭스 등 OTT에 비해 인식이 낮아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은 출연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이 확대되며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도 TV 방영 여부에 따라 출연을 결정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기돌들은 애매하게 TV 드라마에 투입돼 연기력 논란, 높은 잣대에 허덕이기 보다는 웹 드라마를 통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더 주효했다.


연기돌을 다수 보유한 소속사 관계자는 "연기에 처음 도전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팬 연령대가 낮다보니 타겟층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이니 인지도, 화제성 면에서도 빠르게 반응이 온다. 처음부터 높은 연령대 시청층을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소속사 관계자는 웹 드라마가 TV 드라마로 가기 위한 창구라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요즘은 높은 인지도가 있지 않은 이상 연기돌이라고 일반적인 드라마에 무조건 주, 조연급으로 출연하기 힘들다. 일반적인 드라마로 경력 쌓기 힘드니 웹 드라마로 몰리는 거다"라면서 "웹 드라마가 일반 드라마 캐스팅으로 가기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또 소속사 입장에서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까지 웹 드라마가 TV 드라마보다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깔려있지만 1020 세대들로부터의 반응은 TV 드라마를 넘어선 수준이다. 이 점을 캐치한 카카오 TV를 비롯해 웹 드라마 제작사들이 공격적으로 이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에 향후 어떻게 우위가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과거 케이블 TV와 종편이 드라마를 런칭할 당시,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을 기피했지만 지금은 관계가 역전된 상황된 사례된 것만 봐도 함부로 예단하기 이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웹 드라마의 인식 향상과 더 빠른 성장을 위해 광역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관계 역전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콘텐츠의 질이 가장 큰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B급, 병맛, 오글거리는 연애물로 1020 세대들만 볼 수 있는 드라마 위주다. 20대 이상의 연령층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카카오 TV가 그 점을 노려 연령층을 대폭 확대한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이지 않나"라며 "이제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해야 할 때다. 웹, 모바일 플랫폼은 더 이상 1020 세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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