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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로 몰리는 뭉칫돈…증권사, 라인업 재정비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9.29 05:00
수정 2020.09.28 11:08

랩 계약자산 120조8875억원…3년전 106조원보다 14% 급증

투자자 펀드자금 대거 유입…증권사는 해외주식 라인업 확대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을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랩어카운트가 되살아나면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연이은 환매 중단 사태로 펀드 시장이 신뢰를 잃으면서 투자자의 갈 곳 잃은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주식을 담은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재정비해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29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은 120조8875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 116조1200억원 대비 4.10%(4조7675억원) 늘어난 규모다. 월간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3년 전 같은 기간의 106조667억원보다는 13.9%(14조8208억원) 급증한 수치다. 추세적으로 3년 전부터 지속 상승하는 모양새다.


고객 수도 지난 7월 말 173만2176명으로 전년 동기 170만9825명 대비 1.3%(2만2351명) 늘었다. 고객 증가에 따라 계약 건수도 같은 기간 188만5939건에서 190만8697건으로 1.2%(2만2758건) 확대됐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랩 어카운트 가입 고객 수와 계약 건수는 각각 16.3%(24만3575명), 16.0%(26만3691건)씩 증가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 운용, 투자 자문을 통합 제공하는 일임형 자산 관리 서비스다. 투자 편의성이 높아 한 때 증권사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랩어카운트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환매를 중단하는 등 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액은 지난 달 19조3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3% 줄었다.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액은 지난해 6월 말 27조258억원을 기록한 이후 14개월 연속 하락세다.


ⓒ데일리안

랩어카운트의 부활은 각 증권사별 판매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KB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랩 상품인 'KB에이블 어카운트'는 출시 3년 3개월 만인 지난 14일 잔고 5조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운용하고 있는 '하나 고배당금융테크랩' 상품도 출시 6개월만인 지난 25일 1000억원의 누적 판매액을 나타냈다. NH투자증권의 'NH크리에이터 어카운트' 역시 출시 8개월 만인 지난 달 10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랩어카운트가 각광 받는 상품으로 떠오르자 각 증권사들의 상품 라인업 재정비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주식에 관심을 가진 '서학개미'들을 위한 상품들이 주로 출시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달 초 애플, 넷플릭스 등 해외주식에 초점을 맞춘 '한국투자 Z세대 플렉스랩'을 출시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미국시장에 상장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은 '신한 해외 프로주식랩'을 출시했다. KB증권도 'KB 에이블 미국 대표성장주랩'을 상품군에 더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도 각각 '글로벌 슈퍼스탁 랩어카운트'와 '글로벌1%랩' 등 해외주식 라인업을 갖췄다.


리서치센터와 협업해 랩어카운트를 활성화시킨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금융투자의 '하나 온리원 리서치랩'은 리서치센터의 분석을 기반으로 자산을 배분해 운용되고 있다. 메리츠증권도 '메리츠펀드마스터랩'을 리서치센터로부터 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자산을 다양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는 상품 개발부터 운용까지 증권사가 구성해 일관성 있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최근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상품 구성을 미국, 중국 등 자산으로 넓힌 부분이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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