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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막걸리”…가정용 판매 늘었지만 주점은 더 힘들어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8.06 07:00 수정 2020.08.05 16:36

혼술‧홈술·예능 영향…편의점 막걸리 판매 급증 ‘긍정적 영향’

코로나19에 유난히 긴 장마 탓 막걸리 제조 업체, 주점 더 힘들어져

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뉴시스

한 달 째 장마가 이어지면서 ‘막걸리’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데다, 비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막걸리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탓도 있다.


다만, 가정용과 달리 막걸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판매하는 전통주전문점 등 주점에서는 여전히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6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 7월(1~29일) 막걸리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1% 증가했다. 파전의 재료로 쓰이는 부침가루와 밀가루 판매량도 61.4%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CU에서도 막걸리는 21%, 부침가루·밀가루는 28.9% 늘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적은 양의 술을 간단히 마시고 싶어하는 혼술‧홈술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막걸리 업계 전반적으로 한번에 음용하기 쉬운 소용량과 색다른 재미를 주는 차별화 된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프로그램에서 막걸리가 자주 등장하거나, ‘막걸리 한 잔’ 노래가 유행을 하는 등 최근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에 따라 막걸리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막걸리 등 전통주는 짧은 보관 기간 때문에 온라인 구매가 어려웠지만 최근 보관이나 배송 시스템이 크게 발달하면서 구매가 늘었다”며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뉴시스 ⓒ뉴시스

반면 주로 막거리를 취급하는 전통주 전문점은 장마가 길어지며 울상이다. 며칠째 폭우가 이어지면서 집 밖을 나서는 수요가 크게 줄어서다.


이에 따라 막걸리 제조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순당, 서울장수 같은 자체 유통망을 갖춘 업체의 경우 일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 소매점과 인터넷 판매를 통해 어느 정도 매출을 보전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규모 업체의 경우 주점 소비가 감소하면서 매출 부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승훈 전통주전문점협의회 대표는 “비가 오면 평소보다 막걸리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가 올라가는건 사실이다”면서도 “같은 비라도 오는 정도에 따라 분위기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오는 비나 하루중 날씨가 바뀌며 오는 비는 선택종목을 막걸리로 바꾸는데 크게 일조하지만, 지금처럼 아침부터 하루종일 떨어지는 비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약속 자체를 잡지 않아 방문객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편의점 막걸리 매출 상승의 경우 홈술 등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지만, 주점과는 유사성은 있되 차이점 역시 크다”며 “장마기간에는 전통주 판매 여부를 떠나, 전체 외식업장에게 악재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장마철 폭우로 부추, 파,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점 등 외식업체 부담이 더욱 커졌다. 전통주 전문점에서는 파전, 두부김치 등을 메인으로 내놓기 때문에 대파, 부추 등 채소 가격 상승이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상승했다. 품목별로 채소류가 16.3% 대폭 올랐다.


반포에서 전통주전문점 ‘담은’을 운영하는 정재훈 대표는 “물가 상승은 아무래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메뉴를 바꾸는 것까지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물가 상승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여파가 더욱 문제다. 현재 우리 가게의 경우 배달 등을 병행하면서 매출 회복을 많이 했지만, 장사가 안 되는 업체는 하루에 한 테이블도 손님을 받지 못할 만큼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매장에서 직접 막걸리를 제조하는 경우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주, 맥주, 와인처럼 유통기한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긴 주류와 달리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아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회전율이 떨어질수록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진다.


막걸리 제조업체 대부분 올 봄 대목 장사를 놓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장마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진행됐어야 할 지역 축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간 지역축제는 해당 지역 전통주를 알릴 수 있는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돼 왔으나 술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히면서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었다.


조재구 대강양조장 대표는 “코로나 이전에는 문화관광부와 손잡고 술 빚기 체험 등을 진행하는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홍보를 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으나, 올해는 그런 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어 그쪽 매출이 제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봄과 비교해 어느정도 매출을 회복하긴 했지만 전문주점들 매출이 떨어지면서 주문량도 덩달아 조금 하락하는 등 지난해와 비교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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