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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배격' '부패수사' 꺼낸 윤석열…文 정권 향한 작심발언?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8.04 00:00 수정 2020.08.04 05:55

신임검사 신고식서 한 달만에 공개 행보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전체주의 배격"

"부정부패 외면치 말고 당당하게 수사"

격려사 빌어 검찰 내외 작심발언 해석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신임검사 신고식 격려사를 통해 '독재·전체주의 배격'과 '부정부패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형식상 신임검사들에 대한 당부의 말이었지만, 윤 총장이 처한 현재 상황에 비춰봤을 때, 액면 그대로 읽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먼저 강조된 키워드는 '헌법적 가치'였다. 윤 총장은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형사 법집행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과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고도 했다.


윤 총장은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격려사 말미에는 '초심'을 말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나는 왜 검사가 되려 했나' 각자 다른 동기가 있을 것이다.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 바란다"며 "국가와 검찰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 "우회적으로 정권과 검찰내부 비판한 것"
진중권 "'독재·전체주의' 한 마디에 현 사회상황 담겨"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정권과 검찰내부에 동시에 던지는 윤 총장의 '작심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는 초유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는 라임·옵티머스 등 부패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 역시 포함돼 있다고 본다. 또한 초심을 강조한 것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직 검사들끼리 초유의 폭행시비가 벌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독재나 전체주의라는 표현은 검찰총장의 격려사에 잘 등장하지 않는 단어"라며 "헌법적 가치를 말하면서 우회적으로 정권의 검찰독립성 훼손을 비판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당하고 엄정한 부패수사'와 검사로서 '초심'을 강조한 것은 청와대 등 살아있는 권력이 관계된 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반면, 정권에 유리한 수사는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질책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와 전체주의' 이 한 마디 안에 민주당 집권 하의 사회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자기에게는 애완견, 정적에게는 공격견을 길들이는 것도 졸지에 민주주의가 되고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 자율성은 없애야 하는 적폐가 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요지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권력과 유착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지만 저들의 개혁은 다르다"며 "요체는 자기들 말 잘듣게 검찰을 길들이는 데에 있다. 그 결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권력비리 수사는 중단되다시피 했다. 정적으로 찍힌 이들은 인권을 침해해 가며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한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권의 충견이 아닌 국민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윤 총장의 의지가 진심이 되려면 조국, 송철호, 윤미향, 라임ㆍ옵티머스 사태 등 살아있는 권력에 숨죽였던 수사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윤 총장에 앞서 이날 신임검사 신고식에 나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을 언급하며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단호한 부패수사를 강조한 윤 총장과 달리 '절제된 수사'를 부각시키면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는 평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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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seph 2020.08.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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