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장동혁, 재선거로 승부수?…개혁파는 '지선 패배 책임론' 압박
입력 2026.06.09 04:10
수정 2026.06.09 04:10
張, '절차 위반' 지적하며 '전면 재선거' 제안
'거취 여부' 질문엔 확답 피한채 회견장 이탈
김재섭 "법률 검토 제대로 안 한 듯" 날 세워
개혁파 "사퇴 여론 불식하려는 의구심 들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고리로 '전면 재선거'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전면 재선거는 현실적이지 않은 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일관된 재선거 주장으로 6·3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자신을 향한 사퇴 압박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67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언급하며 '전면 재선거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투표용지는 투표하기 전날까지 엄격한 절차에 의해 투표소에 다 준비돼야 한다"며 "투표용지가 부족한 건 그에 관한 절차를 위반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송 과정 및 참관인 참관 여부' 등의 절차적 의혹까지 거론하며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정확히 답하지 못하고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으면 전면적 재선거 실시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선거의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가 공백인 상태이므로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 의원총회 등을 통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회견 직후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선관위 이슈와 별개로 많은 의원이 지선 결과에 따른 대표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고 한다'는 질문을 받은 장 대표는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여러분은 이번 지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라고만 답한 뒤 장내를 빠져나갔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정면으로 수용하기보다 선거 공정성 이슈를 앞세워 국면을 이끌어가겠다는 기조로 읽히는 대목이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집중하는 것이)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당내 주장을 일축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거취와 관한 말을 하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올림픽공원으로 나가보실 것을 권한다"고 답하면서 사퇴 요구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장 대표는 "국민들과 싸우는게 맞고, 그게 국민들 요구라면 이 문제를 거취 문제와 관련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게 무엇인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당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지 지금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할 것)"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장 대표가 쏘아 올린 '전면 재선거론'에 대해 당내 시선은 냉담하다. 국민의힘 내 개혁파로 꼽히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오전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정면반박했다. 김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선거가)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장 대표는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만약 오 시장에 대한 재선거를 요청했다면 법률 검토를 제대로 안 하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지도부 거취와 관련해선 "이번 지방선거는 서울시장을 이겼을 뿐이지 참패한 선거다. 지도부가 당연히 거취 결정을 해야 한다"며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격화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 다음 주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른 개혁파 의원들의 비판도 거세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재선거 주장을 고리로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사퇴 요구를 일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개혁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때문에 투표를 행하지 못한 사람들의 숫자가 후보 간 격차를 넘어서는지 조차 규명이 안돼 있는데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차분한 평가와 분석을 하는 게 우선인데 그런 것들은 일절 방기하고 재선거부터 주장하는건 사퇴 여론을 불식하려는 의구심을 들게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장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 평가를 되물은 것에 대해선 "혼자서 선거에서 이긴 것처럼 얘기하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당대표로서의 책임도 방기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안과미래 소속인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참정권 침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장 대표의 방식에는 명확히 거리를 뒀다. 이 의원은 "전면적인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명성이 높은 일종의 시위 현장에서의 강력한 투쟁 구호이자 광장 투쟁가들의 구호지, 책임 있는 정치인이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를 향해 "최근 당 지지율이 좀 높아진 것을 본인이 잘해서 했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이미 우리의 조언을 듣는 단계는 지나친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거부감은 개혁파를 넘어 당내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가 왜 재선거를 주장하는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사퇴하지 않으려고 하는 구실을 거기서 찾고 있는 거 아닌가, 헤쳐 나가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한다"며 "(지선 결과를) 선방이라 보더라도 대표가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를 따질 때는 기여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까지 가지 않게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재선거론은) 법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정무적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그걸로 민심을 돌릴 수 있겠느냐"라며 "(장 대표)본인이 (지선 패배를)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