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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그들도 ‘강정호’와 ‘길’을 보고 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0.06.09 11:00
수정 2020.06.09 15:35

강정호, 길ⓒ데일리안DB

올해 1월 세종시. 만취 상태로 SUV를 몰던 A씨는 모녀가 타고 있던 경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중학생이던 딸은 중상을 입어 평생 장애를 겪게 됐다. 4월 고양시 출근길.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아 만취 상태였던 B씨의 SUV 차량이 버스정류장을 덮쳤다. 그 자리에 있던 40대 여성이 숨지고, 다른 시민은 크게 다쳤다.


프로야구 선수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후 도망갔다가 2시간여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조사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전력이 추가로 드러났다. 강정호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지난해 가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방출된 강정호는 올해 국내 리그 복귀 의사를 밝혔고, KBO는 상벌위원회에서 유기실격 1년,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자신의 보류권을 지닌 키움에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


2014년 리쌍의 길(본명 길성준)은 음주운전이 적발돼 면허 취소 후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다. 이 과정에서 2004년 음주운전 전력까지 밝혀졌다. 그해 연말 콘서트를 개최하고, 2년의 짧은 자숙 후 엠넷 ‘쇼미더머니5’를 통해 방송에 복귀했다. 그러나 2017년 또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길은 올해 1월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 방송 복귀 분위기를 살펴본 후, 5월 24일 채널A 육아예능 ‘아빠본색’으로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강정호와 길이 인명 사고를 내지는 않았다. 이 부분이 ‘자숙’ ‘반성’ 등의 단어로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는 이유다. 많은 음주운전자들 역시 인명 사고를 내지 않고 단속에 걸려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잠재적 살인자’로 불린다.


5일 입국한 강정호는 14일간의 자가 격리가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할 예정이다. 6월 19일 이후다. 많은 야구팬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21일 길이 출연하는 육아예능 ‘아빠본색’은 여전히 일요일 저녁시간대에 방송된다. 적잖은 사람이 시청한다.


음주운전 사고로 가족을 잃거나, 혹은 가족이 평생 장애로 살아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그 ‘누군가들’도 강정호의 ‘기자회견’을, 길의 ‘아빠본색’을 볼 것이다. 반성하며 고개를 숙이거나,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는 그 ‘모습’을 말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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