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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제는 성과로 풀어야…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폭 늘려야” [인터뷰]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6.07.27 09:14
수정 2026.07.27 11:06

위기브 고두환 대표가 말하는 지역순환경제

“고향사랑기부·지역화폐·생활인구를 하나로…지역경제 순환시키는 플랫폼 필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중심이 아닌 지정 기부 통해 지속적 관계 유지되어야”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지역 소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감소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맞이한 문제며, 현재까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순환 경제, 고향사랑기부제, 지역화폐, 사이버 주민증 발급 등 다양한 정책과 논의가 활발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를 실험 혹은 시행하고 있는 지역도 있고, 이제야 발걸음을 떼는 지역도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위기브(WeGive) 고두환 대표가 있다.


고두환 대표ⓒ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위기브는 사회적 기업 공감만세가 운영하는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과 함께 출범했고, 정부 플랫폼과 달리 지자체들과 기부자, 지역 생산자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민간이기에 가능하다. 특히 답례품 중심이 아닌 특정 사안에 대해 지정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이는 지역 소멸을 막는 것 뿐 아니라, 지역 경제 자체가 순환형으로 돌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들이 언급한 ‘순환형 지역 경제’는 이번에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2010년 전후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언급된 내용은 ‘확장형’의 모습을 갖춘다. 고 대표는 여기에 생활 인구 개념을 설명하며 인구 정책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순환 경제는 지역 안에 있는 돈이 밖으로 새지만 않으면 성공이라고 봤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내수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그 안에서 돌리는 데 집중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실제로 인구가 줄어 지방이 무너지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영양군이나 옹진군처럼 인구 2만이 붕괴된 지역,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이 바닥난 광역자치단체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서울조차 지난 2010년 이후 102만 명 가까이 줄었죠.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 순환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순환 경제는 ‘외부에서 들어온 돈이 다시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내부에서 재투자되며 도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팝(K-POP) 때문에 서울에 온 외국인이 돈을 쓰게 하고, 그 돈이 다시 서비스 개선에 재투자되도록 하는 것이죠.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에 자주 방문하고 생활권을 갖는 사람이 오히려 실제 주민보다 더 많은 돈과 세금을 그 지역에 남길 수 있습니다. 제주도를 1년에 여러 번 가는 사람이 실제 제주도민 1인당 지출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는 거죠.”



위기브 페이ⓒ위기브

“가장 크게 다른 건 인구 정책의 방향입니다. 지난 20년간 저출생·고령화 대응의 핵심은 ‘이주해오거나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아이에게 들어가는 투자 대비, 그 아이가 커서 다시 그 지역에 돌아와 사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투자 방향 자체가 잘못돼 있었던 거죠. 지금은 ‘생활인구’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주민등록 주소지가 어디인지보다, 실제로 그 지역에서 생활하고 소비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서울 중구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명동 유동 인구는 엄청나지만 정작 거주 인구는 서울에서 가장 적습니다. 그런데 관광세를 걷을 법적 근거가 없으니 쓰레기 처리비나 치안·안전 관리 같은 비용은 유지비 같은 비용은 고스란히 지자체 부담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복수주소제나 생활인구를 통한 과세 방식이 논의되는 겁니다.”


이 같은 인구에 대한 인식 변화로 성과를 낸 지역이 강원도 양구다. 양구는 “누가 양구로 주소를 옮길까”가 아닌 “누가 양구와 관계를 맺을까”를 제시했고, 이는 곧 양구에 며칠 머무는 사람까지도 ‘양구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현 정부가 생활인구 등록제와 복수주소제를 국정과제로 다루기 전, 양구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양구는 인구 2만 명이 무너진 상황에서, 인구를 늘리거나 지역 경제를 물리적으로 팽창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외부와 어떻게 연결될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실제로 인구 2만 명 중 사이버 주민증을 발급받은 사람이 6,000명에 달합니다. 반값 여행 정책, 서울 동부권 4개 대학과 연계한 졸업 전 체류 프로그램 등을 함께 진행했는데, 여느 지역이 반값 여행에 수십 억원 쓰는 것에 비하면 양구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인구의 30% 이상을 사이버 주민으로 유치한 셈이라 가성비 면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봅니다.”


생활인구 개념과 더불어 지역화폐 역시 다시 들여봐야 한다. 지역화폐는 현재 지자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유통 방식 등에서는 여전히 많은 부분 지적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소비의 역외 유출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지 의문도 종종 제기된다.


“구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지역화폐는 법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법'에 근거하는데, 사실상 상품권을 사는 구조예요. 인센티브를 받고 구매하면 그 지역 안에서만, 그것도 매출 30억 이하의 지역 사업자에게서만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지역화폐의 경우 올해에 정책 발행 5194억 원을 포함해 6조 원이 넘는 돈을 지역 안에서 유통시킬 계획입니다. 이 정도 효율을 낸 정책이 흔치 않다고 봐요. 다만 기존 카드 기반 지역화폐는 카드 발급 비용,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등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가 하려는 건 100% QR 기반으로 전환해서 소상공인 수수료를 0원으로 만드는 겁니다. 부여군 사례를 보면 QR로 농민수당·재난지원금까지 지급하는데, 어르신들도 카드보다 QR 결제를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코로나를 거치며 어르신들도 온라인 결제를 경험한 게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고두환 대표ⓒ방규현 기자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지역화폐 시스템의 활용이다. 외국인 관광을 위한 플랫폼과 연계해 더 많은 관광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고, 지자체가 이 시스템으로 효율적인 예산 계획을 짤 수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가장 큰 장벽이 결제입니다. 핸드폰 개통이 안 되면 택시도, 지도도, 결제도 너무 어려우니까요. 저희가 고민하는 건 알리페이 같은 해외 결제 수단을 지역화폐·반값여행 시스템과 연동시키는 겁니다. 트립닷컴 같은 여행 플랫폼 안에서 한국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식으로요. 이런 연결은 지자체가 직접 하기는 매우 어렵고, 저희 같은 사회적 기업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다리를 놓아야 하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지역화폐가 갖는 또 하나의 강점은 데이터입니다. 지자체는 원래 세금 징수 데이터만 갖고 있어서, 방문객이 어디서 얼마를 쓰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지역화폐를 운영하면 이런 소비 데이터가 쌓이고, 지자체가 이를 바탕으로 시장 경제를 학습하며 효율적으로 예산을 쓸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나 지역화폐는 여전히 거리감이 존재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지역화폐=전통시장’이라는 인식이 크다. 본인들이 자주 가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나 상점에서는 사용하지 못해서이다.


“법적으로 대기업이라서 못 쓰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사업자가 등록돼 있고 매출 30억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역에 가맹점을 낸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는 쓸 수 있지만, 매출 30억이 넘는 직영점은 안 되는 거죠. 실제로 젊은 층이 지역화폐를 많이 쓰는 곳은 편의점, 병원, 안경원, 학원, 미용실 같은 곳입니다. 이 기준을 어디까지 완화할지는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한 설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 지역에 실제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필요하다고 봐요.”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 대표 사례 피스멍멍 도심형 유기견 센터ⓒ위기브

순환형 지역 경제는 어찌 됐든 지역 외부에서 유입된 자본을 내부에서 돌려야 한다. 그러기에 주 경제 내용은 관광이다. 그러나 이와 다른 축으로 움직이는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만만치 않은 지분을 가질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시행 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체감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근본적인 문제는 답례품 중심의 기부다. 그러다보니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어느 지자체에 기부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해요. 대신 답례품과 '주제'를 기억합니다. ‘광주 동구 유기견 센터에 기부했다’, ‘영덕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했다’는 식으로요. 그래서 저희는 기부자가 관심 가진 주제에 맞춰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을 씁니다. 유기견에 기부한 사람에게는 계속 유기견 관련 소식을 보내주는 식이죠. 대전 성심당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성심당은 연매출이 3000억을 넘길 것으로 보여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사업을 해도 실익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도 참여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뿌리내린 대전 중구가 소멸 위기 지역이라는 문제의식과, 한국전쟁 피란 시절 성당에서 밀가루를 받아 시작했다는 역사적 부채감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지정 기부'입니다. 특정 지역의 특정 프로젝트를 지정해서 기부한 사람은 재기부율이 훨씬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2년 연속 기부한 사람의 6할이 3년 차에도 이탈하지 않고 재기부하는 지역도 존재합니다. 처음 기부는 세액공제나 답례품 때문이지만, 재기부부터는 팬심에 가까운 관계로 바뀌는 거죠. 저희 위기브 플랫폼에서는 지정 기부 비율이 이미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이렇다 보니 고두환 대표의 목적은 지방 소멸 자체를 막는다는 표면적 성과보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가깝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 거주 인구는 물론 생활 인구도 늘어나고 결국은 ‘굳이’ 수도권으로 향할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여러 인프라 역시 인구에 맞춰 늘어날 수 있다.



고두환 대표ⓒ방규현 기자

“저희가 하는 사업의 목적은 정확히는 지방 소멸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밝힌 두 가지인 지방 재정 격차 완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입니다. 지방 재정을 늘리려면 중앙과 지방의 세금 배분 비율을 손봐야 하는 숙제도 있지만, 동시에 지자체 스스로 경쟁해서 곳간을 채우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경기도 안성시가 인구 30만 목표를 세웠다가, 이주나 출산으로는 달성하기보단 생활인구까지 포함해 30만을 채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게 좋은 예입니다. 비유하자면 지방에 대한 고향사랑기부나 지역화폐 참여는 콘도 회원권을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서울 수도권 사람이 지방을 공동소유하면서 필요할 때 방문하고, 그 지역은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공급해주는 관계요.”


그러나 이런 일들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세재 혜택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없이 단독으로 운영되는 존재가 될 수 없기에 지자체의 문제는 중앙정부 존재를 흔들 수도 있다.


“작년 고향사랑기부제로 1,515억 원이 모였습니다. 이 돈으로 큰 건물 하나 못 짓지만, 세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전국 수백 개 프로젝트에 쓰였습니다. 산불 피해 지역에 정부 예산으로는 못 사주는 생활가전을 사주거나, 좌식형 가설주택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입식 시설을 넣어주는 식으로요. 이런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세금으로 대규모 인프라를 짓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할 일은 세액공제 폭을 늘려서 이 실험이 더 확장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현재 기부자들은 10만원 구간에서 멈춰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액 세액공제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10만~20만원까지 44%입니다. 이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공제율이 아니라 전액 세액공제 구간이 올라가야 합니다. 지역화폐도 올해 발행규모가 24조 원 예상인데, 전체 통화량에 비하면 극히 일부입니다. 이 작은 실험이 정치색과 무관하게 성공해왔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요. 부산 동백전은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 때 행정서비스 올인원 통합, 마일리지 연계 등으로 크게 성장했고, 서울페이의 글로벌페이 연동은 오세훈 시장 때 이뤄졌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화폐로 행정 역량을 입증해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분입니다. 지역 문제 해결에는 진영 논리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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