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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개그콘서트’ 사라지고 유튜브로, KBS의 책임과 면피 사이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5.17 09:07 수정 2020.05.17 09:09

'휴식기'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

개그맨들 "프로그램 사라진다고, '개그맨' 사라지는 것 아냐"

ⓒKBS ⓒKBS

KBS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21년간 방송되던 ‘개그콘서트’의 끝을 알리면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을 휴식기의 이유로 들면서 “출연자들은 휴식기 동안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지설은 사실이 아니다” “폐지는 논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KBS가 불과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물론 제작진의 입장에도 업계에서는 “‘개콘’ 폐지는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개그맨들도 하나, 둘 아쉬운 마지막을 암시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폐지가 계획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 건 KBS가 이별을 고하는 방식이다. 이미 폐지로 가닥이 잡혔음에도 이를 부인한 건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개그맨들을 ‘정리해고’ 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모양새를 ‘휴식기’로 포장할 방법도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주일가량의 시간동안 KBS가 고안한 방법은 ‘유튜브 활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개그맨들을 위한 결정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제작진이 끝까지 개그맨들을 품고 간다는 이미지를 주고자 했지만, 그저 면피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튜브에는 이미 자신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개그맨들이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이런 과정에 굳이 KBS의 채널에 귀속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출연자들이 ‘뻔타스틱’에 출연한다”고 했던 KBS 측의 입장과 달리 ‘개그콘서트’ 출연진의 대부분은 해당 채널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참여를 확정지은 개그맨은 2~3명 정도에 불과하다.


개그맨 박성호는 “사실상 지상파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개그콘서트’마저 없어졌는데. 정말 안타깝다. 개그맨들도 이런 것들을 빨리 자각하고 이제는 더 이상 지상파에서 할 수 없으니 각자도생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나 다른 매체 플랫폼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개그맨들이 분발해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호도 현재 팟캐스트를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개그맨 후배들과 벌써 2, 3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작은 무대라도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일주일마다 모여서 재밌게 한두 시간 녹음하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저희들의 영양분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지는 것이지 ‘개그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다시 멋지고 즐거운 웃음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현재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엄용수는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많은 젊은 개그맨들이 일자리를 잃고 읍소하는 형식이었는데, 이제 우리 코미디언들은 당당하게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은 없애는 대신 더 내공을 쌓고 실력을 도모하고 고품격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이제는 실력이 말해주는 시대다. 실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방송국은 더 이상 우리의 가족이나 동지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의 재주를 최대한 키우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용수는 “방송국은 프로그램이 잘못되면 그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무조건 시청률 안 나오면 연기자 탓하고, 프로그램을 없애서 출연자들을 실업자들로 만든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개콘’ 폐지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후배들을 위해 윤형빈소극장을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던 윤형빈도 지금 이 시기를 발판 삼아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그맨을 개그맨으로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 무대”라면서 “코로나19로 현재 공연 업이 주춤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준비해야 곧 찾아올 좋은 시기에 론칭할 수 있다. 개그맨들 스스로 뭉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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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로 2020.05.17  09:40
    게그맨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중파도 이젠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요 각자 알아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동안 게그 프로를 해준  kbs에 고마움을 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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