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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 꺾은 ‘양프리카’…기후위기, 폭염 지도 바꾼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7.30 09:33
수정 2026.07.30 13:29

29일 경남 양산 최고기온 40.3℃ 기록

부산 일대도 관측 이래 최고 무더위

유럽·미국 등 세계가 기록적 폭염

뜨거워진 공기, 대륙풍 막아 온도↑

경남 양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40.3℃까지 치솟은 29일 오후 양산시 물금읍 운영이 종료된 황산공원 물놀이장을 나서는 피서객들이 모자와 양산으로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경남 양산 낮 최고기온이 40.3℃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가장 더운 도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대구시, 일명 ‘대프리카’를 누르고 ‘양프리카’가 됐다. 기후 변화 영향으로 최고기온 40℃를 웃도는 날씨는 남은 여름 내내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경남 양산 지역은 지난 25일 낮 최고기온 39.1℃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40℃에 육박한 날씨를 보인다. 29일에는 최고기온 40.3℃를 찍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낮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산뿐만 아니라 부산 기온도 같은 날 38.8℃까지 오르며 1904년 부산에서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부산과 양산 일대 낮 기온이 이렇게 높아진 직접적인 이유는 ‘바람’ 때문이다. 한반도 전체 이중 고기압 상황에 고온다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며 한층 뜨거워지는 ‘푄현상’이 더해진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 전역을 덮고 있다. 대기 중층과 상층이 모두 고기압으로 덮인 것이다. 여기에 장마 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특히 양산과 부산 지역에는 더운 공기를 머금은 서·북서풍이 더해져 대기를 달구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은 “대기 하층 기온도 높은 상태에서 서풍·북서풍이 소백산맥과 크고 작은 산들을 계속 넘다 보니 푄현상으로 동부 지역의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기압계 변화가 없는 이상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 폭염은 비단 한반도에만 국한하는 현상이 아니다. ‘슈퍼 엘니뇨’ 등 영향으로 전 세계가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 열기를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났던 유럽은 지난 6월부터 이미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사망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은 최고기온이 42℃를 찍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는 공중보건청(SPF)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잠정 보고서 기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폭염 기간에 평균 대비 5764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28일 오후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종로구 도심이 붉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영국 BBC는 올해 세계적인 폭염 이유를 기후 변화에서 찾았다. 유럽 경우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열돔(heat dome)’을 꼽으면서 기후 변화, 특히 석탄·석유·가스 연소가 더운 날씨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대기 블로킹’ 현상으로 역대급 이상 고온을 기록 중이다.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전 지구에 기상 이변을 초래할 수 있는 ‘슈퍼 엘니뇨’ 발생도 예상된다. 지역별로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지구 온난화가 주범인 셈이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평년대비 2℃ 이상 상승하면서 각종 기상 이변을 부르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문제다.


슈퍼 엘니뇨가 나타나면 강한 고기압 발달을 부추겨 폭염 강도가 심해지고, 바다 수증기량이 늘어나며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도 잦아진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9일 엘니뇨 현상이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의 슈퍼 엘니뇨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7~9월 중 슈퍼 엘니뇨가 나타나면서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평년보다 극심하게 건조한 기후를 예상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대니얼 스웨인 박사는 AP통신에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 때문에 과거보다 폭염의 강도가 강해지고, 기간이 길어지고,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벳츠 영국 기상청 기후영향연구 책임자 겸 엑서터대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이미 온난화된 기후 위에 폭염이 더해지는 상황이라 폭염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33년 동안 기후 과학자로 일해왔는데 우리가 경고했던 일들이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심지어 기록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극단적이고 더 빠르게 경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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