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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선 서울로” 외치고 미국으로?…‘한국판 코첼라’라던 패노메논의 정체성 혼란 [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7.29 13:19
수정 2026.07.29 13:27

'한국판 코첼라'라면서 정작 페스티벌은 미국 출장

최대 성수기 12월 개최, 섭외 경쟁과 '아티스트 선점' 우려

매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황량한 사막 지대 코첼라 밸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음악 팬들로 가득 찬다. 1999년 시작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대도시의 편리한 접근성 대신 자연 속 야외 무대라는 독특한 공간감 위에 음악과 미술, 패션 트렌드를 결합하며 글로벌 문화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척박한 사막으로 전 세계 관객과 톱 아티스트들을 끌어들이는 코첼라의 핵심 경쟁력은 특정 장소를 대체 불가능한 문화적 목적지로 만드는 데서 나온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이하 대중위)가 내건 ‘한국판 코첼라’라는 비전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하이브·SM·YG·JYP 등 케이팝 4대 기획사가 손잡은 ‘2027 패노메논(FANOMENON)’ 프로젝트는 외래 관광객 20만명 유치와 1조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선언하며 화려하게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발표된 구체적 청사진을 들여다보면, 표방하는 ‘코첼라’의 본질과 실제 추진 방향 사이에 다소 정체성 모순이 드러난다.


프로젝트를 둘러싼 주요 논쟁거리 중 하나는 ‘한국형 코첼라’를 내세우면서 정작 페스티벌의 공간적 지향점이 해외로 향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 전 세계 음악 산업의 상징이 된 배경에는 캘리포니아주 인디오라는 특정 공간 부지로 전 세계 관객과 톱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 플랫폼 영향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중위 발표에 따르면, 코첼라 포맷에 가까운 야외 음악 축제인 ‘패노메논 페스티벌’은 한국이 아닌 미국 LA에서 첫선을 보인 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박진영 대중위 공동위원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코첼라에 더 가까운 형태"라며 "초기 파급력과 경제 효과를 고려해 엔터테인먼트 중심지인 LA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 세계 관객을 국내로 유인해 K-컬처의 글로벌 성지를 만들겠다는 사업 목적을 감안할 때, 대형 야외 페스티벌을 해외로 내보내는 구조는 논리적 모순을 낳는다. 주최 측이 해외 현지로 관객을 찾아가는 순회형 이벤트는 이미 수년 전부터 CJ ENM이 전개해 오 ‘KCON’(케이콘)이나 ‘MAMA AWARDS’,(마마 어워즈)혹은 기획사들의 해외 옴니버스 콘서트 포맷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라인업을 무기로 해외를 도는 행사에 '한국판 코첼라'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페스티벌 본체가 해외로 배치되면서, 2027년 12월 서울과 고양에서 열리는 국내 본행사는 실내 연말 시상식과 컨벤션 박람회 중심의 구조를 취하게 됐다. 창동 서울아레나에서 콘서트 및 ‘패노메논 어워즈’를, 고양 킨텍스에서 K-컬처 전시·체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시기적 제약과 섭외 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12월은 주요 방송사 가요제, 각 기획사의 연말 콘서트, 글로벌 투어 일정이 밀집한 대표적인 과밀 시즌이다. 이미 과열된 연말 시상식 시장에서 기존 행사들과의 아티스트 섭외 경쟁이 불가피한 데다, 정부의 지원과 4대 대형 기획사의 주도를 등에 업고 특정 아티스트들을 대거 선점·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박진영 공동위원장은 “기존 시상식이 너무 많아 그사이에서 가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12월에 이 행사가 중심을 잡아주면 수많은 난립 행사로부터 아티스트들이 오히려 쉴 수 있는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행사 초반에는 4대 기획사와 소속 아티스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신뢰와 권위를 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오고 싶어 하는 시상식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와 거대 기획사의 파워가 아티스트 섭외 경쟁판을 흔들 수 있음을 자인한 대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최휘영 장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구체적 재정 모델의 확립도 과제다. 대중위는 외래 관광객 20만 명 유치 및 1조 원의 경제 효과를 전망했으나, 전체 예산 규모, 민간 기획사와 정부 간 비용 분담 비율, 티켓 가격 및 수익 배분 구조 등 핵심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 주도의 ‘관제 문화 행사’라는 해외 일각의 우려에 대해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민간 기획사가 기획과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는 지원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정부 기관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만큼,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순수한 민간 문화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도록 투명한 운용 체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구조적 과제 속에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지닌 산업적 잠재력과 민간 리더들의 추진 의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케이팝(K-POP)을 대표하는 4대 기획사가 개별 이해관계를 넘어 합작 법인 설립까지 추진하며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은 유례없는 진전이다.


박진영 대중위 공동위원장은 간담회 현장에서 과거 케이팝 해외 진출 경험을 회고하며 진정성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박 위원장은 “2003~2004년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구석에 앉아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케이팝의 미국 진출이 훗날 현실이 됐을 때 눈물이 났다”며 “당시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했고 큰 위기도 겪었지만, ‘멋진 일’이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단기 손익계산서만 보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12월마다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이 서울로 쏠리는 그림은 상상만 해도 가슴 뛰어 해봄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사업 구조와 대조해보면 일정 부분 역설을 안고 있다. 전 세계 대중과 팬덤이 가장 열광적으로 결집하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 본체는 정작 미국 LA 등 해외에서 열리고, 서울에서는 실내 시상식 위주의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 핵심 페스티벌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전 세계 팬들의 시선과 발길이 서울로 쏠릴 것’이라는 구상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논리적 의문이 남는다.


4대 대형 기획사의 결집과 팬덤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패노메논’이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체성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외 현지를 찾아가는 일회성 이벤트를 늘리거나 연말 실내 시상식을 하나 더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오직 ‘한국’이라는 공간을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대체 불가능한 현장 경험과 축제 생태계를 국내에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 세계의 시선이 서울로 쏠릴 것”이라는 박 위원장의 비전이 역설을 넘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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