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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콘’ 폐지는 시간문제? 설 자리 잃은 공개 코미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5.10 07:00 수정 2020.05.10 10:11

'개그콘서트' 폐지설에 KBS는 극구 부인

이용식-윤형빈 등 개그맨들 안타까움 드러내

ⓒKBS ⓒKBS

1999년부터 현재까지 21년간 방송되던 ‘개그콘서트’의 폐지설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대한민국 공개 코미디의 자존심으로 꼽히던 프로그램의 끝이 가시화되자 개그맨들은 물론 대중도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개그콘서트 폐지 반대’ 글이 올라왔다.


‘개그콘서트’의 폐지설은 지난 7일 불거졌다. 출연 중인 한 개그맨은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증언했고, 또다른 매체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 “20일 마지막 녹화가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KBS 관계자는 폐지설을 극구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폐지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개그콘서트’의 폐지설에 선배 개그맨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2017년 SBS ‘웃찾사’ 폐지 당시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던 개그맨 이용식은 “‘웃찾사’ 때처럼 다시 피켓을 들어야 하나.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제발 가짜뉴스이길 기도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속적으로 코미디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개그맨 윤형빈 역시 “‘개콘’이 폐지된다니, 너무나 속이 상한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KBS의 석연치 않은 공식입장에 업계 관계자들은 ‘개그콘서트’ 폐지는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 30%를 육박하던 ‘개그콘서트’가 2010년 전후로 고전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토요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달 금요일로 다시 편성이 바뀐 이후에는 시청률이 2%대까지 하락했다.


비단 ‘개그콘서트’ 뿐만 아니라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부진으로 힘을 잃은지 오래다. 예능의 흐름이 버라이어티로 흘러가면서 위기는 더 빠르게 번졌다. 결국 시청률이 떨어지고 화제성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현재 ‘개그콘서트’를 포함해 tvN ‘코미디 빅리그’, 코미디TV ‘스마일킹’ 정도만 살아남은 상태다.


더구나 최근 KBS는 20년간 목요일 밤을 책임지던 ‘해피투게더’ 시즌4 방송을 종료하고 기약 없는 휴지기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콘서트 7080’ ‘VJ특공대’ ‘1대 100’ ‘안녕하세요’ ‘추적 60분’ ‘섹션TV’ 등 짧게는 9년, 길게는 36년까지 방송을 이어오던 장수 프로그램들의 폐지를 알리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들이 폐지된 건 KBS의 누적된 적자와 경영 문제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장수 프로그램들의 낮은 시청률이 더해진 결과다. 이런 KBS의 결단에 ‘개그콘서트’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형빈은 “코미디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로 존재한다. 개그맨들은 공개 코미디의 압도적인 성공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스타를 폭발력 있게 배출하는 것은 좋지만 ‘공채 개그맨’이라는 이름으로 방송국 주도하에 있는 인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쓰일 곳이 있어서 뽑았던 인력인데 지금은 쓸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게 되면서 방송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책임지는 주체는 없고 개그맨들은 그 틀 안에 갇힌 셈”이라고 꼬집었다.


‘개그콘서트’라는 의미와 상징성이 있는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명이 다한 프로그램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남는 것은 아쉽다.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 장르 중 하나인 공개 코미디를 TV로 옮겨왔던 것처럼, 또 다른 장르의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장(場)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KBS가 또 한 번 다른 장르의 코미디를 통해 획일화 된 방송의 다양성 측면에서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윤형빈은 “‘개그콘서트’는 대학로의 컬트삼총사 콘서트, 서울예대 개그 공연에서 관객의 검증을 받고 영감을 받아 TV로 옮겨 론칭된 케이스”라며 “개그맨들 스스로 뭉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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