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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베테랑에 대처하는 팬들의 달라진 자세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9.21 07:00 수정 2019.09.21 09:02

나이에 따른 노쇠화로 성적 추락 찾아온 베테랑

과거 수준 낮은 팬 서비스까지 회자되며 도마 위

나이에 따른 노쇠화로 성적 추락 찾아온 베테랑
과거 수준 낮은 팬 서비스까지 회자되며 도마 위


올 시즌 급격한 노쇠화가 찾아온 베테랑 이대호(왼쪽)와 김태균. ⓒ 연합뉴스 올 시즌 급격한 노쇠화가 찾아온 베테랑 이대호(왼쪽)와 김태균. ⓒ 연합뉴스

그동안 KBO리그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베테랑 스타플레이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 비해 훈련, 의료 시스템이 발달하며 선수 생명이 크게 늘어났으나 30대 중반에 이르면 노쇠화가 찾아오는, 이른바 에이징 커브는 모든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다.

특급 성적으로 리그를 지배하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스타급 선수일수록 에이징 커브에 적응하기 어려운 모습인데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롯데 이대호와 한화 김태균이다.

37세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올해로 프로 18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데뷔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이들은 국가대표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레전드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부와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KBO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이대호와 김태균은 약속이라도 하듯 보다 큰 무대인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뒤 금의환향했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천문학적인 연봉과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과 신뢰였다. 그리고 이대호와 김태균은 나이를 잊은 듯 신들린 방망이로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이대호는 올 해 타율 0.281 15홈런 87타점으로 급격한 노쇠화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 37홈런에 비해 반토막 이상이 줄었으며, 무엇보다 홈런과 타점의 영양가 논란과 함께 롯데 최하위의 원흉으로 꼽히며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타율 0.304 5홈런 59타점으로 추락한 김태균도 마찬가지다. 비율 스탯의 최강자답게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장점인 ‘눈 야구’가 되지 않으면서 팀 타선에 큰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10억 원 넘는 초고액 연봉과 맞물려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성적이 추락하자 야구팬들은 과거 좋지 않았던 팬 서비스까지 거론하며 십자포화를 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대호의 경우, 선수협 회장 자리에 올랐음에도 지난달 23일 열린 ‘야구의 날’ 팬 사인회 불참 의사를 통보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승엽은 과거 '사인 희소성' 발언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 연합뉴스 이승엽은 과거 '사인 희소성' 발언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 연합뉴스

최근 프로스포츠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질 낮은 팬 서비스가 포착이라도 되면 순식간에 퍼져나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에 이른다.

사실 연봉에 걸맞은 성적과 팬 서비스는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갖춰야할 덕목이기도 하다. 성적이 좋을 때는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고, 그와 반대라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권리가 돈을 주고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일종의 ‘면책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지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하고, 한 팀에 충성을 바쳤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프로스포츠는 다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오롯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고, 연봉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팬들 역시 자연스레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수준 높은 프로 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레전드인 이승엽은 은퇴 직전 방송사와의 인터뷰서 ‘사인의 희소성’을 거론했고, 이에 대한 꼬리표는 지금도 따라다니고 있다. 이승엽 본인도 이 발언에 대해 후회를 하며 강연을 다닐 때마다 스스로 먼저 꺼내 질 높은 팬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베테랑이라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시절은 지나도 너무 한참 지났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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