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타결] 정의선, 혁신성장 이어 상생형 일자리까지 '선도'
입력 2019.01.31 06:00
수정 2019.01.31 07:59
광주형 일자리 첫 사례로 일자리 창출·지역 균형발전 앞장
'수소경제' 이끌며 정부 '혁신성장' 선봉 자처
광주형 일자리 첫 사례로 일자리 창출·지역 균형발전 앞장
'수소경제' 이끌며 정부 '혁신성장' 선봉 자처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3대 핵심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인 ‘혁신성장’의 선봉을 자처한 데 이어 ‘광주형 일자리’의 첫 사례 구축을 통한 ‘상생형 일자리’ 선도에 나선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역할을 짊어진 셈이다.
현대차와 광주광역시는 3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광주시 노사민정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광주시는 전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포함한 광주시 최종 협약(안)을 의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마무리 협상을 진행한 끝에 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투입,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이다.
주 44시간 근무에 연봉 3500만원의 조건으로, 기업은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광주시에서 근로자들에게 복지를 제공해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현대차 기존 임직원 평균연봉이 9000만원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에도 못 미치는 임금이다.
현대차는 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광주시에서 연간 10만대 규모의 1000cc 미만 경형 SUV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며,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2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가 일자리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거푸 광주형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광주지역 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으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 환산을 유도하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가장 현실적으로 낼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이 사업의 첫 단추를 뀄다는 것은 단순히 광주지역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1000여명을 고용한 것 이상의 이미를 갖는다.
광주형 일자리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모델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을 약속하더라도 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사업에 참여하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될 뿐 아니라 고용 문제도 얽혀있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발을 빼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사업 참여 검토 과정에서 손익을 계산하기가 쉽고, 사업 시행을 위한 노사민정 협의에서도 앞선 사례를 참고해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공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성공 모델을 참고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현대차의 역할이 크다.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의 원래 취지를 살려 경쟁력 있는 임금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노사 관계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구축한다면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 확산’도 수월해질 수 있다.
현대차를 이끌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모범 사례까지 만들어야 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진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인 ‘혁신성장’의 중요한 아이템 ‘수소경제’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620만대 생산(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 확충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트럭 3만대 보급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15GW(수출 7GW 포함)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2.1GW(약 94만가구) 보급 ▲연간 526만톤의 수소 생산·공급시스템 조성 ▲수소 가격 kg당 3000원 이하로 하락 유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수소경제는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라면서 “수소경제 로드맵은 바탕으로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청사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통해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탈원전’ 정책에 따른 에너지 부족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현대차그룹을 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정책이다. 정부가 이번 로드맵의 양대 축으로 내세운 수소차와 연료전지는 모두 현대차그룹이 독보적인 기술력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없었다면 애초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자동차를 양산(2013년 투싼ix 수소전기차)했을 뿐 아니라 현재 가장 앞선 수소차 기술력을 갖춘 넥쏘(5분 충전에 609km 주행)를 판매하고 있다.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의 개발과 생산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2월 충북 충주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2공장을 착공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당시 기공식에서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 수소차 생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FCEV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수소경제라는 신사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야심을 밝히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수소경제와 광주형 일자리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와의 팀플레이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소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에 고심하던 현대차와 혁신성장 모델을 찾고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일자리 확대 성과를 내려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면서 “현대차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노동계의 협조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줘야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