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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 美공장 성공 비결, 2조원 인센티브 아니었다

백서원기자 (sw100@dailian.co.kr), 편은지 기자
입력 2026.06.02 15:04
수정 2026.06.02 15:04

하버드 케네디스쿨 보고서 분석

"결정적 요인은 돈 아닌 착공 속도"

가동 이후 물·폐수 인프라는 과제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현대차그룹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성장연구소(Growth Lab)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를 미국 경제개발의 대표 성공 사례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외에서는 대규모 인센티브가 현대차 유치의 주요 배경으로 알려졌지만 하버드대는 다른 결론을 내놨다.


조지아주가 현대차를 끌어들인 핵심은 보조금 규모가 아니라 공장을 얼마나 빨리 착공·가동할 수 있느냐는 '속도'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장 가동 이후에는 용수·폐수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예상치 못한 과제도 드러났다.

"돈이 아니었다"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경제개발청(SEDA) CEO 트립 톨리슨은 KPMG 소속 부지 컨설턴트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브라이언 카운티 메가사이트, 아직 비어 있습니까? 대형 완성차 업체가 찾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도 안 된 2022년 4월,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조립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총 투자액 약 75억9000만 달러(약 10조원), 직접 고용 8500명. 조지아주 역대 최대 단일 투자였다.


하버드 성장연구소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 'Winning the Super Bowl of Economic Development(경제개발의 슈퍼볼 우승)'는 이 과정을 집중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대차 유치를 미국 경제개발 분야의 '슈퍼볼 우승'에 비유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인센티브 패키지는 경쟁 후보지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조지아주는 헌법상 기업에 현금을 직접 지급할 수 없다. 약 18억 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도 세금 감면과 도로·철도 등 인프라 구축, 직업훈련 프로그램 운영 등에 집중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경쟁 주들이 현금 지원이 가능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현대차 공장 핵심 임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는 "조지아와 사바나 지역 공무원들은 정말 탁월했다. 매우 전문적이고 항상 빠르게 응답했으며, 프로젝트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결정적 요인은 인센티브 규모가 아니라 속도와 지역 역량이었다는 것이다.

20년 실패가 만든 '준비된 땅'

사바나가 처음부터 준비된 도시는 아니었다. 2002년 다임러크라이슬러 유치전에서 실패했고, 2015년 볼보도 결국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택했다. 패인은 명확했다. 부지 소유권이 분산돼 있었고 환경 허가도 완료되지 않았다.


두 번의 실패 후 사바나는 전략을 바꿨다. 부지를 먼저 매입하고 환경 허가를 미리 받아두고 용도 변경까지 마친 뒤 기업을 기다리는 방식이었다. 2021년 조지아주와 4개 카운티는 브라이언 카운티 메가사이트를 단일 소유권으로 매입하고 중공업 용도로 재지정했다.


보고서는 다른 유력 후보지들이 "필요한 인프라가 없어 착공까지 2년이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브라이언 카운티는 계약 후 몇 주 안에 착공이 가능했다. 현대차는 2022년 10월 착공해 2024년 10월 양산을 시작했다. 투자 발표부터 양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공장 준공식에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속도전의 그림자

그러나 초고속 일정은 예상치 못한 과제를 남겼다.


문제는 공장이 아니라 주변 인프라였다. 브라이언 카운티가 추진한 1억2900만 달러 규모 폐수처리시설은 공장 가동 시점까지 완공되지 못했지만 공장은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조지아 지역 매체 더커런트(The Current)에 따르면 사바나시는 2024년 9월 임시로 산업폐수 처리를 시작했지만 수 주 만에 구리가 허용치의 6배, 아연이 2배 이상 검출되면서 처리를 중단했다. 현대차는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타주 민간 처리시설로 폐수를 운반하는 이른바 '펌프 앤드 홀(Pump and Haul)' 방식으로 대응했다. 2024년 말까지 외부로 운반된 폐수는 520만 갤런(약 1968만 리터)을 넘었다.


현대차 측은 전처리시설 내 일부 배관에서 높은 아연 농도가 확인돼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며 생산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 환경부(EPD)는 무허가 처리를 문제 삼아 행정 조치에 착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지아주 법상 하루 최대 5만 달러의 벌금 부과가 가능해 위반 기간(143일)을 적용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최대 715만 달러(약 97억원)의 벌금이 가능했다. 지난해 4월 EPD와 현대차는 합의에 서명했고, 최종 벌금은 3만 달러였다. EPD는 "조지아 시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카운티 폐수처리시설은 올해 3분기 완공 예정이다.

"속도만큼 인프라도 함께 가야 한다"

하버드 보고서는 사바나의 성공을 "경제개발의 성공은 인센티브 규모가 아니라 제도적 역량과 장기적 준비에서 나온다"고 정리했다.


이번 사례는 초대형 제조시설 유치 과정에서 공장 건설 속도와 용수·폐수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지아주는 올해 초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광역 수자원 협력 계획을 승인했다. 삼성전자와 SK,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는 국내 기업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 내 제조업 리쇼어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장 유치 경쟁력은 보조금 규모보다 실제 착공·가동 속도와 인프라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는 "조지아주는 현대차를 위해 부지 확대 등 지원에 나섰고, 당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커지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도 신속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1980년대 이후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한 가운데 조지아는 공장 건설과 운영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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