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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타결] 문 대통령의 '전국 확산' 의지 실현되려면?

박영국 기자
입력 2019.01.31 06:00
수정 2019.01.31 08:07

사업 참여 근로자, '임금 경쟁력 확보' 취지 벗어나지 말아야

민주노총 '고임금 사업장 물량이탈' 반발도 걸림돌

사업 참여 근로자, '임금 경쟁력 확보' 취지 벗어나지 말아야
민주노총 '고임금 사업장 물량이탈' 반발도 걸림돌


2018년 12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종훈 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광주형 일자리' 일방 추진 중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대자동차의 사업 참여가 확정되며 첫 결실을 맺은 광주형 일자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대로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현대차와 광주광역시는 3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광주시 노사민정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광주시는 전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포함한 광주시 최종 협약(안)을 의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마무리 협상을 진행한 끝에 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투입,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이다.

주 44시간 근무에 연봉 3500만원의 조건으로, 기업은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광주시에서 근로자들에게 복지를 제공해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가 광주지역 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돼 일자리 창출과 지역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새해 첫 지역 경제투어로 울산을 방문해 지역 경제인들과 함께 한 오찬 간담회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단순히 광주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면서 “어느 지역이든 추진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광주형 일자리 모델 도입을 장려하면서 도입시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모델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을 약속하더라도 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사업에 참여하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될 뿐 아니라 고용 문제도 얽혀있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발을 빼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기본 취지는 국내에 생산능력 증설 계획이 없던 기업을 ‘반값 임금’으로 잡아두겠다는 것”이라며 “실제 운영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런 개념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고,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1위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은 앞으로 다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추진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관건은 노동계의 협조 여부다. 노동계에서 ‘근로자는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근본 취지를 받아들여야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적인 확산도 가능할 수 있다.

이미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와 합의를 이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협상 주체인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해 12월 광주형 일자리 협약 타결을 앞두고 일정 기간 낮은 임금수준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장치인 ‘임단협 유예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무산시켰었다.

외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현대차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기존 광주공장으로의 물량이전과 노동시장 교란을 우려하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문제를 빌미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타결된 협약안에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안이 포함됐으나, 노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부속 조항으로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사실상 임단협 유예와 관련된 문제를 뒤로 미뤄둠으로써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불씨를 남겨놓은 셈이다.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도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광주형 일자리 확산이 현대차와 같은 고임금 사업장의 공동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민주노총은 이번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협약 타결로 더욱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사례인 현대차 공장이 ‘반값 공장’이라는 기본 취지에 걸맞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노동계가 무리하게 임금을 올리거나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초래해 기존 현대차 울산공장과 동일한 형태의 공장이 또 하나 생기는 모양새가 된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 홀로 짊어져야 하는 실패 사례로 끝날 수밖에 없다.

현대차로서는 부담만 늘게 된 셈이 될 것이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까지 광주형 일자리에 뛰어들 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전국적인 일자리 확산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노동계의 양보에 달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를 대기업의 기존 고임금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개념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면서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대기업의 다른 공장 임금에 욕심을 내지 않고, 노동계도 고임금 대기업 노조의 입장만을 반영해 무조건 막아서는 일이 없어야 양질의 일자리 확대라는 원래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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