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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까지 오락이 된 먹방…유튜브 제재가 필요한 이유 [방송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9.23 08:28
수정 2026.09.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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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모방 가능한 행동’까지 넓힌 규제…일상·회복 기록도 검토 대상

마른 대식가 향한 선망, 다이어트 실패 향한 훈수…우려도 시청의 재미로

‘많이 먹되 날씬해야 한다’는 기대와 수익 구조 함께 돌아봐야

혼자 밥을 먹는 이들에게 동반자가 되고, 마음껏 먹지 못하는 음식을 대신 즐기게 해주던 먹방(먹는 방송)이 식사양와 타인의 신체를 평가하는 구경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마른 사람이 많은 양을 먹으면 감탄하고, 다이어트를 하겠다던 사람이 음식 앞에서 흔들리면 웃으며 훈수를 둔다. 일부 먹방·다이어트 유튜버의 수익 창출 중단은 이렇게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계속 수익으로 보상해도 되는지 묻고 있다.


21일 콘텐츠 크리에이터 살빼조의 유튜브 커뮤니티 공지에 따르면 그의 채널은 수익 창출이 중단됐다. 살빼조는 먹방 브이로그와 바디프로필 도전기 등을 함께 올리며 식사와 신체 관리 과정을 보여온 유튜버다. 채널에는 여러 메뉴를 즐기는 먹방 시리즈와 바디프로필 준비 영상이 각각 재생목록으로 묶여 있다. 그는 최근 폭식·섭식장애 관련 가이드라인이 엄격해졌다고 설명하며 어떤 영상이 추가 제재를 받을지 몰라 업로드도 멈추고 소속사와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튜버 미소 역시 지난 15일 ‘내가 4년치 유튜브 영상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영상을 올리고 지난 3월 가이드라인 위반 통지를 받았고, 같은 달 말 추가 통지와 함께 수익 창출 기능이 일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kg가 넘는 자신의 체중을 내세우며 폭식과 체중 감량을 반복하는 과정을 공개해온 유튜버다. 미소는 영상에서 “과거 영상에 담긴 구체적인 체중 수치·식단, 감량 방식이 문제가 됐다”며 “자신에게는 체중 감량과 회복의 기록이지만 취약한 시청자에게는 무리한 모방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살빼조 유튜브 커뮤니티, 미소 유튜브 영상 썸네일

두 사람의 콘텐츠에서 식사는 다이어트나 외모 관리 등 생활의 다른 부분과 연결된다. 팬에게는 먹고 싶은 마음과 살을 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공감한다는 사실과 그 안의 먹는 행동을 따라 해도 괜찮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로, 플랫폼의 보호 기준과 충돌하게 됐다.


유튜브가 이러한 위험을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한 전환점은 2023년이다. 유튜브는 당시 기존의 섭식장애 조장·미화 금지에 더해 취약한 시청자가 모방할 수 있는 행동을 담은 콘텐츠까지 규제 범위를 넓힌다고 발표했다. 식후 구토나 극단적인 섭취 제한을 보여주거나 설명하는 영상 등을 예로 들었다. 회복 경험을 공유하는 영상도 과거의 위험한 행동을 상세히 묘사하면 연령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회복담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위험한 행동을 따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9월에는 광고 가이드라인도 이에 맞춰 변경했다. 섭식장애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폭식이나 설사약 남용 등을 따라 하게 할 수 있는 내용을 공유하는 콘텐츠에 광고 수익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이후에도 보완됐다. 유튜브는 지난해 10월 청소년 정신건강 보호 방안을 소개하며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콘텐츠에 관한 지침을 최근 강화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섭식장애를 중심으로 다룬 콘텐츠는 완전한 수익 창출 대상에서 계속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미소의 설명을 이 기준에 대입하면 제재 이유는 보다 구체적으로 읽힌다. 체중 변화와 식단, 감량 과정을 수치와 함께 제시하는 방식은 시청자가 따라 할 수 있는 방법과 목표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제작자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기록했다고 생각해도 시청자는 특정 식사 방식과 체중 변화 사이의 관계를 감량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공개된 정책과 당사자 설명을 종합하면 미소의 사례에서는 이러한 모방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살빼조는 문제 영상과 세부 조항을 공개하지 않아 같은 항목이 적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먹방과 다이어트가 결합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살피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쟁점은 유효하다.


ⓒ입짧은햇님 유튜브 영상 캡처

먹방이 오랫동안 친근한 오락으로 받아들여진 배경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먹방은 2013년 아프리카TV가 별도 카테고리를 개설하며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밴쯔·입짧은햇님 등이 보여준 실시간 먹방에서 식탁은 시청자의 반응에 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했다. 다이어트나 비용 때문에 직접 즐기기 어려운 음식을 대신 먹어주는 모습은 대리만족을 줬다.


문제는 시청의 재미가 음식과 생활을 넘어 몸과 식사의 모순에 집중될 때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먹지룽은 마른 체형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 유튜버다. 엄청난 당면을 비비 썸네일의 ‘로제엽떡에 당면 3번 추가하면..’ 영상은 약 66만 회를 기록 중으로, 댓글에는 식사량과 소화력을 부러워하는 반응이 이어졌고 ‘당면을 끊임없이 드실때 쾌감이 있다’, ‘진짜 맛있어보인다’는 등의 반응이 달렸다. 이때 대리만족을 주는 것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거침없이 먹는 행위 자체다. 마른 몸과 대식의 대비는 마음껏 먹는 즐거움과 날씬한 외모를 동시에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할 수 있다.


지방쿸은 자신의 체중을 공개하며 식사와 다이어트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보여주는 유튜버다. ‘(다이어트 일지#26) 현재 110kg, 나도 두 자릿수를 향해 달려간다! (feat. 코첼라 준비)’는 약 78만 회를 기록했다. 다이어트 일지라는 제목과 달리 영상을 누르면 치킨, 국밥 등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댓글에는 이를 지적하고 집밥을 권하는 반응과 함께 ‘드디어 왔다’, ‘악마의 재능’이라는 반응이 공존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의지와 어긋나 보이는 식사가 우려를 부르면서도 바로 그 모순 때문에 다음 영상을 기다리게 하는 재미를 유발한다.


ⓒ먹지룽 유튜브, 지방쿸 유튜브

두 사례는 선망과 훈수라는 서로 다른 반응으로 소비되지만 크리에이터의 신체와 식습관을 계속 평가하게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특정 장면을 SNS로 옮겨 다시 평가하는 소비까지 더해지면 비판도 관심을 연장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걱정하는 댓글이 달린다고 해서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흥행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청자 반응만으로 콘텐츠가 스스로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방송의 연출도 대식을 특별한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데 힘을 보탰다. 쯔양의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이나 히밥의 E채널 ‘히밥이는 토밥이 좋아’처럼 대식 유튜버는 방송 예능에서도 활약한다. 유튜브 채널 ‘픽잇’에 공개된 ‘전지적 참견 시점’ 클립은 쯔양의 아침 식사량을 ‘1만 6932칼로리’로 내세우며 ‘위大한 대식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섭취량을 기록처럼 제시하고 감탄하는 연출에서는 많이 먹을수록 뛰어난 출연자로 평가받는다. 식사량을 둘러싼 우려보다 능력에 대한 찬사가 앞서기 쉬운 구조다.


여기에 날씬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까지 겹친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먹방 유튜버도 시청자들의 ‘그래도 말라 있어야 예쁘다’는 기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면에서는 많은 양을 먹어야 주목받지만 외모에서는 식욕을 철저히 통제한 결과를 요구받는 것이다. 시청자가 즐기는 대식과 출연자가 감당하는 체중관리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입짧은햇님 SNS

지난해 12월 입짧은햇님의 ‘주사 이모’ 시술과 나비약(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 복용 의혹이 주목받은 것도 이러한 모순과 겹친다. 입짧은햇님은 당시 시술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 중단을 알렸으며 나비약 복용 의혹도 제기됐다. 약물이나 극단적인 관리 과정을 생략한 채 먹는 장면과 날씬한 결과만 전달된다면 시청자는 자신에게도 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


지난 10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연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완료 건수는 올해 5월 한 달에만 33만 7000여 건에 달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의 객관적 비만율은 높지 않지만 스스로 비만이라고 여기는 ‘주관적 비만 인지율’이 54%에 이른다”며 이런 인식이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요즘 10대와 20대 사이에서도 체중에 대한 강박이 있고 SNS와 연예인 몸매가 영향을 주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먹는 장면에서는 식욕을 자극받고 화면 속 몸을 보면서는 더 말라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누군가의 식사와 체중 변화를 반복해서 구경하는 일이 자신의 몸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먹방의 영향은 시청의 즐거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비약 ⓒ뉴시스

수익 제한의 필요성은 흥행을 만드는 요소와 위험을 만드는 요소가 겹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폭식이나 극단적인 체중관리의 위험이 의심되는 장면도 재미있다는 이유로 계속 소비된다면 시청자의 우려만으로 제작 동기를 바꾸기는 어렵다.


제재는 위험한 식행동을 어떻게 묘사하고 체중 변화를 어떤 목표로 제시하며, 시청자의 모방을 부추기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체형이나 식사량 하나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제작자가 수정할 수 있도록 적용 근거도 설명해야 한다. 폭식과 체중 강박까지 흥행의 재료가 되는 구조에 제동이 필요한 이유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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